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나실인의 어미 되기

창고지기들 2013. 10. 7. 21:37

 

 

 

 

나누면 나눌수록

아이는 점점 문제투성이가 되어갔다.

나누어 들은 이들은

너도나도 입바른 소리를 보태며

아이의 문제를 가중시켰다.

 

발 없는 말들이

어지럽게 달리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먼지 속에 가려져

아이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숱한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잦은 기침을 하는 것이 전부였다.

 

보다 못한 그 분은

나를 데리고 출애굽기로 들어가셨다.

 

 

 

“When she saw

that he was a fine child,

she hid him three months."

(Exodus 2:2b)

 

 

그 분이 내게 물으셨다.

 

“진실로 누가 fine한 것이냐?

아기 모세냐? 모세의 엄마냐?”

 

“……”

 

“진실로 누가 fine한 것이냐?”

 

“모세의 엄마입니다.

그녀의 마음이 fine하여

아기 모세를 fine하게 보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진실로 누가 문제냐?

아이냐? 아니면 너냐?”

 

“아이를 문제로 보았던

저의 마음이 문제입니다.”

 

“더 이상 사악한 바로에게

휘둘리지 말거라.

바로의 기준을 따라

학력(學力)이나 사회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아이를 나일 강에 던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거라.”

 

“주여,

저의 비뚤어진 시각을 고쳐주옵소서!"

 

 

“그러므로 너는 삼가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말며

어떤 부정한 것도 먹지 말지니라.”

(사사기 13:4)

 

 

 

아이는 거룩한 그 분의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는 나실인이다.

나는 그의 어미로서

보이지 않는 탯줄로

여전히 아이와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내가 포도주, 독주,

그리고 부정한 것을 먹고 마시면

그것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

 

경쟁을 조장하는 풍토,

모든 것을 숫자화 하여

등급을 매기는 가치관,

지적으로 뛰어난 아이 위주로

움직이는 시스템,

각종 심리학, 철학, 유행, 문화...

 

포도주와 독주와 부정한 것을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의무가

나에게 떨어졌다.

아이가 그 분의 것이기에 말이다.

 

 

 

한바탕 북새를 떨던

흙먼지가 멀리 사라지자

아이가 또렷이 보였다.

 

 

What a fine child he is!

 

 

 

#Oct. 7. 2013.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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