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려서부터 하영양은
작은 눈에 대한 콤플렉스를 달고 살았다.
어쩌면 눈이 큰 미국 아이들이
양 집게손가락으로 자기 눈을 찢으면서
동양 아이들(자신을 포함해서)을
짓궂게 놀리는 것을
종종 목격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 오랫동안 나는
그녀의 작은 눈 콤플렉스를 상대해왔다.
때로는 작은 눈의 아름다움과 유익에 대한
말도 안 되는 개똥 미학을 설파하기도 했고,
때로는 작은 눈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일부러 재미삼아 희화시키기도 했으며,
때로는 눈 큰 것들을 오징어 삼아
낄낄 거리며 함께
질겅질겅 씹어대기도 했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그녀는
눈이 조금이라도 부으면
냉동실에 얼려 놓은 쮸쮸바를 꺼내
부은 눈에 올려놓곤 한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신의 작은 눈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 장난스럽게
자기 눈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는 눈의 참 의미가
사이즈나 모양이 아니라
‘봄’에 있다는 것을 아는데 까지
그녀가 자랐다는 증거일 것이다.
“눈은 몸의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
눈이 나쁘면 온 몸이 어두울 것이니
그러므로 네게 있는 빛이 어두우면
그 어둠이 얼마나 더하겠느냐”
(마태복음 6:22-23)
예수님께서는
눈은 몸을 비춰주는 등불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문맥상 눈이
땅의 보물을 봄으로 나빠지면
몸도 어두워지고,
눈이 하늘의 하나님을 봄으로 성하면
몸도 밝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눈이 어두워(나빠서) 잘 보지 못하는
몸이 어두운 노인 이삭이었다.
나는 그의 눈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가 잘 보지 못하는 까닭은
꼭 노안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말이다.
확실히 육체의 눈은
노안 때문에 약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몸이 어두운 것으로 보아서
그의 영적인 눈은 땅의 것을 바라봄으로
나빠져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는 눈으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이삭은 에서가 사냥한 고기를
좋아하므로 그를 사랑하고’
(창세기 25:28)
‘내가 즐기는
별미(Delicious Food)를 만들어
내게로 가져와서 먹게 하여
내가 죽기 전에 내 마음껏
네(에서)게 축복하게 하라.’
(창세기 27:4)
‘나를 위하여 사냥하여 가져다가
별미(Delicious Food)를 만들어
내가 먹게 하여
죽기 전에 여호와 앞에서
네게 축복하게 하라 하셨으니’
(창세기 27:7)
‘그가 즐기시는
별미(Delicious Food)를 만들리니’
(창세기 27:9)
‘그의 어머니가 그의 아버지가 즐기는
별미(Delicious Food)를 만들었더라.’
(창세기 27:14)
‘자기가 만든 별미(Delicious Food)와
떡을 자기 아들 야곱의 손에 주니’
(창세기 27:17)
이미 이삭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야곱과 에서가 복중에 있을 때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말씀을 따라서(창세기 25:23)
큰 자 에서가 작은 자 야곱을
섬기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삭은 별미에 눈이 멀었다.
그래서 그는 야곱이 아니라 에서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축복을
마음껏 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후 벌어지는 사건은
가족 사기극, 가족 잔혹극,
그리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대서사시
가족 이별극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이삭의 눈이 어두워진 데에 있었다.
별미에 눈이 어두워져
야곱이 아니라 에서를 축복하려고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눈이 어두워서
에서가 아니라 야곱을 축복하여
불행의 시대를 열었던 이삭의 말년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한다.
조국의 교회 소식을
전해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가 어두워져 감은
교회의 눈이 나빠져 가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오실 신랑 되신 그리스도가 아니라
땅의 보물을 바라보기에
교회의 눈이 나빠져 가고 있는 것이다.
긴 탄식과 함께
말씀을 바라보며 내 몸을 비춰본다.
내 눈을 어둡게 하는
나의 별미는 무엇일까?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요한일서 2:16-17)
건기를 지나고 있는 터라,
알러지성 결막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하영양의 작은(?!) 눈에
나는 종종 안약을 넣어준다.
그렇게 안약을 넣으면서
나는 기도하기로 한다.
"주여~
라오디게아 표 안약을
별미로 어두워진
제 눈과 조국 교회의 눈과
아프리카 교회의 눈에 발라 주옵소서.
그리하여 치료된 눈으로
당신만을 바라 보게 하시고
그리하여 우리의 어두운 몸을
마침내 밝혀 주옵소서."
#Feb. 28. 2013.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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