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worshiped. And he said

창고지기들 2012. 10. 9. 17:44

 

 

 

불행은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했던가?

 

계획된(!) 불행 시리즈가

욥을 향해 달려드는 데는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욥은 하루아침에

자신의 모든 소유인 소와 양과 종들과

낙타와 자녀들을 모두 잃었다.

그런데도 욥은 다음과 같은

온전하고도 아름다운 고백을 하고 만다.

 

 

“(he said)

내가 모태에서 알몸으로 나왔사온즉

또한 알몸이 그리도 돌아가올지라.

주신 이도 여호와시오

거두신 이도 여호와시오니

여호와의 이름이 찬송을 받으실지니이다.”

(욥1:22)

 

 

 

욥의 고백은 위대하다.

욥의 고백이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입술이 아니라

가슴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우스 땅 제일의 갑부가

제일의 가난뱅이가 된 이후로

진심으로 고백한 것이니 말이다.

 

분명히 욥은 천상의 존재가 아니다.

그는 나와 같은 성정을 가진

일개 인간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무겁고도 영광스러운 고백을 해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던 것일까?

 

 

하루아침에 빈 털털이가 된 욥이 한 일은

일어나, 겉옷을 찢고, 머리털을 밀고,

땅에 엎드려 예배하는 것이었다.

불행이 산처럼 밀려와

마음을 압도하며 영혼에 엉겨 붙을 때에

욥은 가장 먼저 예배를 했던 것이다.

 

욥이 불행의 폭풍 한 가운데서

무엇보다 먼저 예배를 했던 것은

그것이 습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습관이란 오랫동안 반복함으로써

몸에 익어버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쉽게 행하는 행동이니 말이다.

 

 

 

 

맞춤형 불행 시리즈가

택배 아저씨보다 빨리 욥에게 도착했다.

그러자 욥은 (습관적으로) 예배했다.(worshiped)

그리고 그는 위대한 고백을 했다.(And he said)

 

 

…worshiped. And he said…

 

 

worshiped 다음에 찍혀 있는 ‘.’ 와

그 다음에 나오는 ‘And’ 사이의 공간에

시선이 오래도록 머문다.

그러자 그 공간 깊은 곳으로부터

말할 수 없는 탄식과 고통의 울부짖음이 들려온다.

뜨거운 눈물과 처절한 몸부림이 쏟아져 나온다.

 

나는 이끌리듯 그 공간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욥의 거대한 고통의 그늘에 기대어

나 역시 쓰디 쓴 눈물을 쏟으며

욥과 함께 하나님을 예배한다.

 

 

나의 예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worshiped. 다음에

And가 아니라 자꾸 But을 붙이고 싶어 한다.

 

허나, 언젠가 이 고통의 예배가 마무리 되면

나 역시 욥처럼 가슴으로 고백하게 될 것이다.

주신 이도 당신이시오,

거두신 이도 당신이시니

당신의 이름은 찬송을 받으소서! 라고.

 

 

 

‘그러니 예배하라, 내 영혼아.

오직 주 여호와

나의 아버지 하나님을

쉬지 말고 예배하라, 내 영혼아!’

 

 

 

 


#Oct. 9. 2012.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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