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은 것이 있더니”
(누가복음 13:6)
때때로 자고 일어나면
뜬금없이 생겨나는 의문이 있다.
‘왜 하필 내가 이 곳에?’
어쩌면 포도밭의 그 무화과나무도
나와 같은 의문으로
심한 몸살을 겪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삼 년이 되도록
열매 하나 제대로 맺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원함이나 의지가 아니라
순전히 ‘한 사람’의 뜻과 의지로
무화과나무 밭이 아니라
굳이 포.도.밭.에 심겨졌으니 말이다.
자글자글 뒤엉켜 있는
수많은 포도나무들 옆에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있는
무화과나무를 바라본다.
녀석의 그림자에 섞여 있는
외로움과 서러움이 묻는다.
‘왜 하필 내가 이 곳에?’
녀석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야 무화과 열매를
더욱 풍성히 맺으라고 포도밭에 심은 거지.
포도밭의 흙은 무화과나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비옥한 흙이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포도밭의 포도원지기가
무척 선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이 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
(누가복음 13:8-9)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불쌍히 여기는
선한 포도원지기의 보호로
무화과나무는 한 해를 벌었다.
그러나 한 해뿐이다.
무화과나무는 한 해 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열매를 맺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판,
즉 찍혀버림을 당하게 되니까 말이다.
그 분의 뜻과 의지로
나는 이곳 포도밭에 옮겨 심겨졌다.
그 분이 이리 하신 이유는 간단하다.
열매 맺기에
이 곳의 흙이 좋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이 곳에서 주인의 기쁨을 위해
더 풍성한 열매를 맺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 무화과나무인 내가 맺어야 하는 열매란
포도 열매나, 올리브 열매가 아니다.
무화과나무인 내가 맺어야 하는 열매란
바로 무화과 열매, 영생의 열매다.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가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마침내 아는 것!)
허나, 옮겨 심겨진지
7개월이 조금 지난 나에게
이 곳의 흙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그 분이 좋다고 하시니까
‘이 곳의 흙은 내게 좋은 걸로~’하며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ㅎ~
눈을 감고 본다.
온 땅을 검게 타들어가게 하는
9월의 뜨거운 건기 속에서
타는 목마름을 탱글탱글 단 열매로
승화시키는 포도나무가 보인다.
그 포도나무 옆에는
함께 타는 목마름을 견디며
풍성하고도 놀랍게 단 열매를 맺는
무화과나무도 보인다.
그들을 바라보며
주인과 포도원지기가
시원하게 껄껄껄 웃고 있다.
그들을 보면서 나도 웃는다.
선한 포도원지기의
특별한 관리를 받고 있고,
게다가 이 포도밭의 흙이
내게 좋다고 하니
웃지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하.하.하!!!
#Aug. 27. 2012. 사진 & 글 by 이.상.예.
*) 사진 속 열매는 케냐의 아보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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