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개의 해를 뒤로 하고
사십 개의 해를 뒤로 하고
비로소 사막에 이르렀을 때도
내 가슴속 강은 수런거리길 쉬지 않았다.
뜨거운 커피 거품처럼 엉긴
하얀 생각과 언어의 더미가
까만 사막의 침묵 위에
아롱진 뒤에야 나는 알았다.
사막을 건너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침묵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가슴속 강을 감는다.
강을 거슬러 자음과 모음이
튀어 오르기 시작한다.
나는 서둘러 녀석들을 낚아채 침묵 속에 놓는다.
다행히 침묵의 공간은 늘 넉넉하다.
그러나 말들도 지칠 줄을 모른다.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는 것보다
가슴속에 흐르는
강을 엎질러 버리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일인가 보다.
사십 개의 해를 뒤로 하고
사막에 이르렀을 때,
나는 비로소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독하게 무거운 말의 그림자를.
#May. 2. 2012. 사진 & 시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