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쓰는 무리

창고지기들 2021. 1. 2. 10:55

 

 

 

 

 

쓰는 무리

 


사랑하는 자들아 내가 이제 

이 둘째 편지를 너희에게 쓰노니 이 두 편지로 

너희의 진실한 마음을 일깨워 생각나게 하여 

곧 거룩한 선지자들이 예언한 말씀과 

주 되신 구주께서 너희의 사도들로 말미암아 

명하신 것을 기억하게 하려 하노라

(베드로후서 3:1-2)

 


글 한 줄이 없던 인생이었다. 

변두리 갈릴리 호수에 그물을 내리며 

생계를 꾸리는 자의 삶이란 대강 그런 것이었다. 

그러던 어부가 어느 날 작가가 되었다. 

그것도 이천년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의 작가가 되었다. 

말씀이신 예수님을 만난 덕분이었다. 

말씀을 제대로 만나서 그것에 사로잡힌 사람은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종류가 되는 것이다.


갈릴리 어부 출신 베드로가 

작가가 된 이유는 명백하다.

독자인 성도들에게 

말씀(선지자들의 예언과 주님의 명령)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이다. 

기억한다는 것은 보존하는 것인 동시에 

보존된 것을 끄집어내는 행위이다. 

 


기억의 소환은 

난폭한 현실이 싸움을 걸어올 때 종종 실행된다. 

보존된 기억의 블록들로 만들어진 정체성이 

어려울 때마다 요긴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억은 우리로 

기어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결국 그런 방향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렇게 우리는 정체성을 꾸준히 쌓거나 부수면서 

자신의 정체를 발견하게 된다. 

 


그러므로 너희가 이것을 알고 

이미 있는 진리에 서 있으나 

내가 항상 너희에게 생각나게 하려 하노라

(베드로후서 1:12)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최상의 방법은 이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과 언제나 함께 하는 것. 

무엇이든 잊지 않을 수 없는 이가 나인 까닭이다. 

그것이 내가 매일 아침, 

밥을 먹듯 말씀을 펴고 묵상하는 이유들 중 하나이자, 

자녀들에게 말씀 묵상을 가르치고 훈련시킨 연유다.

 


“너희도 알다시피, 엄마 아빠는 가진 것이 별로 없어. 

그래서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은 딱 하나야. 

말씀을 통해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면, 말씀을 묵상하는 이들이 우리다. 

그것이 우리의 제 일 되는 정체성이다. 

하진군은 엎드린 채, 하영양은 양반다리로, 

남편과 나는 책상에 앉아서 동일한 본문을 가지고 

묵상을 하면서 공책에 손 글씨를 써내려간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에서 단 한 권뿐인 책, 

말씀 묵상을 통해 하나님과 교제한 증거를 

매일 근면히 쓰면서 남긴다. 

“나 큐티 노트 다 썼어!”

2020년 마지막 날에 

하진군은 또 한 권의 책을 완성했다. 

새로운 노트를 사는 일로 축하는 즐겁게 시작된다. 

이 와중에 재밌는 사실은 학과목들 중에서 

잉글리쉬(국어)를 가장 어려워하는 하진군이 

이미 작가라는 점이다. 

그렇게 변방에서 고기나 잡는 우리들은 

말씀을 만나는 바람에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이들이 되었다. 흐음.

 

베드로처럼, 그리고 요한처럼 

쓰는 일로 기쁨이 충만한 한 해이기를! 

키리에 엘레이손!

 


우리가 보고 들은 바를 너희에게도 전함은 

너희로 우리와 사귐이 있게 하려 함이니 

우리의 사귐은 아버지와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함이라 

우리가 이것을 씀은 

우리의 기쁨이 충만케 하려 함이로라

(요한일서 1:3-4)



#Jan. 2. 2021.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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