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booK

북풍의 등에서

창고지기들 2017. 1. 8. 04:01






조지 맥도날드의 책, <북풍의 등에서>를 읽고.



스산해진 날씨를 타고 찬바람 북풍이 몸속에 쳐들어왔다. 

골치 아픈 일들로 마음을 빼앗겼던 탓에 

침입자에 대항 할 여력 따위는 없었다. 

머지않아 지원군도 없이 홀로 맞서던 중대 급 면역력은 

연대 급 북풍에게 전멸당하고 말았다. 

염증이 오른쪽 오금과 발바닥에 폭약처럼 터졌다. 

폭탄의 잔해를 제거하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 

북풍의 등에서라도 쉬고 싶을 정도로 

야무지게도 아픈 날들이었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모습과 크게 달라. 

나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야 해. 

하지만 내 마음은 한결같아. 

사람들은 나를 끔찍한 이름으로 부르고 

나에 대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렇지 않아. 

사람들은 나를 ‘불행’이라 부르기도 하고, 

‘악운’이라 부르기도 하며, 

‘파멸’이라 부르기도 하지. 

이 밖에도 사람들이 나를 부르는 

정말 끔찍한 이름이 있어.” 

-북풍의 말 중에서



북풍과 놀 줄 아는 꼬마 다이아몬드. 

덕분에 ‘하느님의 아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북풍의 품을 통과하여 이른 

북풍의 등 뒤에서 얼마 동안 살다온 이후로 

천사처럼 말하고, 노래하고, 행동했던 것이다. 

이런 꼬마가 눈이 고운 작가의 주인공이 된 것은 천만다행이다. 

내게 다이아몬드는 북풍 때문에 병이 들어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살아온 아이, 

병의 후유증으로 조금 모자라게 된 아이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불행, 악운, 파멸 등(북풍)이 달려들 때, 피해 달아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오히려 그것의 품에 안기고, 

그것의 손을 붙잡고 춤을 췄다. 

그렇다면 아이는 하느님의 아이임에 틀림이 없다. 

행복과 행운과 성공뿐만 아니라, 

불행과 악운과 파멸과도 더불어 놀 줄 안다는 것은 

아이가 온전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분의 온전하심처럼 온전한 그분의 아이였던 것이다. 



“노력은 아주 중요해. 

모든 건 노력에서부터 시작돼 

그리고 시작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지. 

용감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건 곧 용감하다는 뜻이야. 

용감해지려고 노력하는 겁쟁이가 

태어날 때부터 용감해서 

결코 노력 따위는 하지 않는 사람보다 

훨씬 더 훌륭하단다.” 

-북풍의 말 중에서



겁쟁이가 굳이 용기를 내는 이유는 북풍 때문이다. 

용기가 미덕이라면 북풍이야 말로 

미덕 생산에 필수 요소인 것이다. 

타고난 기질 때문에 손쉽게 행복한 자들이 있다. 

그들은 선물로 받은 기질을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것처럼 으스대면서 

기질 상 쉽게 행복하지 못한 자들을 조롱한다. 

이제 그런 자들의 비웃음 따위는 안쓰러워하기로 한다. 

남풍 이외의 바람을 무시하는 편협한 인생에는 

진주 같은 미덕이 생겨날 공간이 없을 것이니 말이다. ㅋ~



자신에 대해서 지나친 관심을 갖지 않을 때 

우리의 자아는 비로소 편안해질 수 있다. 

우리의 자아는 자유롭게 놀도록 내버려 두기만 하면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는 어린아이들과 같다. 

그런데 우리가 그 아이들을 간섭하면서 

값비싼 장난감이나 이런저런 군것질거리를 주면, 

금세 변덕을 부리고 버릇없이 굴기 시작한다.

결국 자아도 이와 마찬가지다. … 

소년이 자아를 잊으니까 

어머니가 소년의 자아를 신경 써 주고, 

사랑해 주며, 칭찬까지 해 주었다. 

자기 자신을 칭찬하는 건 자아에게 독이 된다. 

그 결과 독사에게 물린 것처럼 퉁퉁 부어오른 자아는 

고유의 아름다운 모습을 잃어버리고 

커다란 독버섯 같은 존재가 되고 만다. 

반대로 부모의 칭찬은 자아에게 좋은 영양소가 되어 

자아를 더욱 편안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부모의 칭찬은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부모의 칭찬과 

자기 자신에 대한 칭찬이 섞였을 때에는 해를 끼친다. 

이때 자아는 더럽고 추한 것으로 바뀌어 버린다. 

-본서 중에서



그러고 보니 자아의 목이 한 뼘이나 자라있다. 

내면을 들여다본답시고 자아가 원하는 

값비싼 장난감과 군것질거리를 제공한 것이 화근이었다. 

잔뜩 교만해진 녀석은 일상을 퍽 귀찮아했고, 

권태감을 일반화시켜가면서 나태를 부추겼다. 

게으르게 자빠져 있는 녀석의 뒤통수를 한껏 후려갈길 일이다.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고 해서 마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 

자기연민은 교만의 가면일 뿐이니.



위대한 사랑의 목소리는 

몹시 황폐하고 더러운 마음에 대고 속삭인다. 

다만 그것은 메아리치는 마음 상태에 따라 어조가 달라진다. 

그 목소리는 시나이 산에서는 천둥소리가 되었고, 

술 취한 마부의 가슴에서는 비참한 소리가 되었으며, 

성 요한의 영혼 안에서는 완벽한 은총의 소리가 되었다. 

-본서 중에서



엔트로피는 융통성이 없다. 

조용한 일상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역사할 뿐이다. 

자고 일어나면 어제보다 더 황폐해진 피부를 만난다. 

마음 역시 근면히 닳고, 신속히 더러워지기는 마찬가지다. 

모세와 성 요한의 마음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들은 폐허 같은 마음속에서도 

위대한 사랑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더럽고 황폐하기는 내 것도 마찬가지다. 

대뜸 부정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나, 

위대한 사랑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는 조건으로는 완벽하다. 

그러니 무시나 억압, 혹은 근사한 척 가장하는 대신에 

잿더미 위에 앉아 한 줄기 바람을 기다려야 할 일이다. 

요상한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싱그럽고도 낯선 바람을. 



요정들이 아무리 시치미를 떼거나 아니라고 해도 

밤은 언제나 요정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지. 

그러니까 밤은 요정들에게 낮인 거야. 

이는 요정의 피가 흐르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지. 

-본서 중에서



아마도 저자 맥도날드는 요정 가문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밤을 낮 삼아 이야기를 지어냈을 것처럼 보인다. 

밤새 일하고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든다던 누군가는 

아침 없이 산지 오래 되었다고 했다. 

그 역시 요정가의 사람임에 틀림없다. 

불행히도 내게는 요정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밤 없이는 살았어도, 

아침 없이는 살아본 적이 없는 나로선 

그들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다름이 주는 신기함으로 놀라기만 할 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겪는 고통을 지켜보는 괴로움 때문에 

화를 내서 사랑하는 사람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가끔 있다. 

사랑이 그만큼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진정한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서로 고통을 달래 주는 다정한 마음마저 잃어버린다. 

-본서 중에서



그런 사람이 있다. 

명백한 자기 잘못으로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을 때, 

자신을 미안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미워하는 사람 말이다.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고통을 받을 능력이 없다. 

상대방의 고통이 자신을 괴롭게 만든다고 오히려  역적을 낼 뿐이다. 

함께 고통을 받는 능력인 긍휼(compassion)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주 공동체의 아픔을 나누는 훈련을 받을 때, 

긍휼의 근육이 조금씩 붙어갈 뿐이다. 

긍휼은 몹시 불편하고도 아름답다. 

그것이 사람으로 거룩한 신성을 입게 하는 것임은 틀림없다.




북풍 잦아들 날 없는 것이 인생이다. 

피할 수 없다면, 이길 수도 없다면, 

함께 노는 것이 상책이다. 

다이아몬드처럼 북풍과 놀 줄 안다면, 

그 무엇에도 깨지지 않는 금강석이 될 것이다. 

나는 한 번도 가져본 일 없는 광물인 

다이아몬드가 되려는가?!





#Jan.5. 2017.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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