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고난에 친숙한 자

창고지기들 2016. 5. 20. 02:19






고난에 친숙한 자



그리스도를 몫으로 챙긴

소아시아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나머지는 있었다.

그것은 번영과 행복이 아니었다.

도리어 극심한 박해가 그리스도를 소유한 대가로 주어졌다.

이상할 것이 없는 계산이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막대한 고난 보유자가

그들의 주인이신 그리스도였으니까.



죄가 있어 매를 맞고 참으면 무슨 칭찬이 있으리요

그러나 선을 행함으로 고난을 받고 참으면

이는 하나님 앞에 아름다우니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그리스도도 너희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사

너희에게 본을 끼쳐 그 자취를 따라오게 하려 하셨느니라

(베드로전서 2:20-21)



사도 베드로에 따르면 그리스도인들은

선을 행함으로 고난을 받는 일에 부름을 받은 자들이었다.

그것을 하나님의 뜻(베드로전서 3:17)으로 받아들였다면,

당시 그리스도인들에게 고난은

퍽 자연스럽고도 마땅한 나머지였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계산에 오류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그리스도인들의 나머지가

고난에서 번영과 행복으로 둔갑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예수 믿으면 행복해집니다!’

‘큐티 하면 행복해집니다!’



공익광고 카피 같은 선전 문구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며 돌아다닌다.

행복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맞는 구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겐 그저 현혹시키는 사이비일 뿐이다.

예수를 믿는 대가는 감각적이고도 물리적인 행복이 아니다.

행복감은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당의(糖衣)일 뿐,

껍데기를 벗겨내면 본질인 고난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그리스도인이란 행복이 아니라 고난에 친숙한 자다.

문제는 고난이 친숙해지면 능숙해지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고난은 이전의 것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어떤 고난도 만만하고 쉬운 것은 없다.

그러므로 고난 앞에서 쩔쩔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그리스도 안에서 쩔쩔맨다면, 그것은 복이 되기도 한다.



또 너희가 열심으로 선을 행하면 누가 너희를 해하리요

그러나 의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면 복 있는 자니

(베드로전서 3:13-14)



고난을 업으로 삼는 자가 또한 그리스도인이다.

뚫든지 견디든지 어떻게든 고난을 통과하는 자들은

주머니에 급료를 두둑이 챙긴다.

어떤 고난도 임금(賃金)을 떼어 먹는 법이 없다.

그런 까닭에 누군가는 고난을 즐거워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를 연단하려고 오는 불 시험을

이상한 일 당하는 것같이 이상히 여기지 말고

오히려 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

이는 그의 영광을 타나내실 때에

너희도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려 함이라

(베드로전서 4:12-13)



성 프란체스코는 기쁨의 용사였다.

용사답게 그는 늘 치열하게 싸웠다.

그 결과 기쁨이 되지 않는 고난이 없었다.

굴욕도, 멸시도, 모욕도, 병약한 육체도 그에겐 기쁨의 이유가 되었다.

가난을 신부로 맞이하여 한평생 애틋하게 살았던

기쁨의 용사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뜨겁게 초라해진다.

작은 고난 하나도 기쁨으로 바꾸지 못하는 탓이다.

내게 고난은 매번 이상한 것이고, 쩔쩔매게 하는 적수일 뿐이다.

그래서 매번 호들갑을 떨고 마는 것이지만,

그분은 그마저도 불쌍하다 하신다.



멀리 사라져 가는 고난과

성큼 다가오는 고난을 셈할 때마다 아득해진다.

세상 고난을 혼자 다 짊어진 양 심각해지는 것이다.

그분이 내 옆구리를 콕 찌르는 것은 바로 그 때다.

너무 심각해지지 말고 한바탕 시원하게 웃어넘기라고 하신다.

고난을 즐거워할 수 없다면,

먼저 웃어버린 후 그것을 넘기는 것도 방법이라며

간지럼을 태우시는 것이다.

키리에 엘레이손!




#May. 17. 2016.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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