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지으셨다.
우주를, 세상을, 그리고 사람을.
그 사람이 지었다.
집을, 옷을, 밥을, 죄를.
그리고 계속해서 지었다.
농사를, 노래를, 시를, 그리고 눈물을.
하나님께서도 지으셨다.
한숨을, 말씀을, 그리고 자기 백성을.
말씀을 지키는 자들을 향해 그 분은 ‘내 백성’이라 하셨다.
그 백성은 하나님과 짝을 지어
더 깊은 사귐, 더 친밀한 교제를 누렸다.
그래서 그들 중 더러는 그 분의 한숨을 이해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말은 파국이었다.
이혼을 선택한 그들은 우상과 짝을 지었다.
그것은 죄였다.
죄는 세상을 조각조각 깨뜨렸다.
지난여름, 미국에서 가져온 아들의 레고 블록은 처참했다.
형체는 온데간데없고, 잘게 부서진 파편들만 질펀했다.
분명 아들의 것이었는데도 피로감은 내게로 덤벼들었다.
눈에 띠지 않게 치우면서 핑계를 붙였다.
‘언젠가는 복원할 거야!’
그러나 쉬이 마음을 먹을 수는 없었다.
레고 블록은 처음에 만드는 것이 쉽지,
부서진 것을 복원하는 일은 고되다는 것을 알았던 탓이었다.
그러다 6개월 만에 은혜(!)가 덜컥 당도했다.
결국, 나는 지난 주말 내내
깨진 우주선, 배, 자동차, 집 등을 복구하는 노역에 동원되었다.
작은 조각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것 없이는 다음 블록을 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서진 부분들을 꼼꼼히 관찰하고, 찾고, 맞춰보면서
한 조각씩 이어 붙이는 작업은 더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문제가 시간과 수고뿐이라는 것이었다.
수중에 매뉴얼이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없었다면 복원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며칠 견딤(!) 끝에, 결국 블록들은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아들이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나도 따라서 미소를 그렸다.
그의 웃음은 그간의 고역을 보람으로 바꿔주었다.
그러고 보니,
어쩌면 나는 아들의 얼굴에 웃음을 짓고 싶어서
부서진 블록을 복구했는지도 모르겠다.
세상 중에서 내게 주신 사람들에게
내가 아버지의 이름을 나타내었나이다
그들은 아버지의 것이었는데 내게 주셨으며
그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지키었나이다
지금 그들은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것이
다 아버지로부터 온 것인 줄 알았나이다
나는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말씀들을 그들에게 주었사오며
그들은 이것을 받고
내가 아버지께로부터 나온 줄을 참으로 아오며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줄도 믿었사옵나이다
(요한복음 17:6-8)
예수께서 오셨다.
그 분은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그 분의 입에서 쏟아지는 모든 말이 하나님 아버지의 것이었다.
말씀을 지키는 자들을 향해 그 분은 ‘내 제자’라고 하셨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을 가리켜 ‘내 새로운 백성’이라고 하셨다.
‘내 백성’은 지어진 것이고,
‘내 새로운 백성’은 새롭게 복원된 것이다.
둘 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창조된 것이지만 결과는 달랐다.
전자는 후자의 그림자에 불과했다.
후자가 실재인 까닭은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 곧 피 때문이었다.
말씀의 자궁을 열고, 그의 피 속에서 태어난 새 백성은 온전하다.
말씀의 젖을 먹고 마시는 새 백성은 완전하다.
말씀이 완전하기 때문이다.
한쪽 구석에 쳐 박혀 있는
깨지고 부서진 블록들이 내 속에도 한 가득이다.
제자리를 찾아서 온전해지기를 갈망하는 이는
나보다는 차라리 그 분이다.
그래서 그 분은 나를 열정적으로 지도하신다.
그러나 블록 더미 속에서 ‘그 블록’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시간만 탕진할 때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매뉴얼인 성경이 수중에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 꼼꼼히 관찰하고, 상상하고, 해석하고, 순종한다면
언젠가는 온전한 형상으로 새롭게 창조될 수 있을 것이다!
종반을 향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나아가고 있는
요한복음서 말씀에서 피로감이 느껴진다.
(요즘 난 늘 피곤하다!)
부서지고 깨져 조각난 자들을
말씀(예수 그리스도)으로 모으고,
그들 안에 성령의 전을 창조하여
새 백성으로 지어가는 일의 무거움 때문이다.
허나, 무겁기 때문에 영광스럽다는 것을 안다.
십자가가 영광이라는 역설도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무거운 일,
곧 하나님의 새 백성이 되는 일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소망한다.
끊임없이 말씀으로 지어져 가기를,
끝도 없이 말씀으로 형상화되기를.
그래서 그 분의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Mar. 12. 2015.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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