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과 그의 아들들의 제사장 위임식은
오늘 날과 같이 단 몇 시간에 끝나는
예식이 아니었다.
그것은 칠일 밤낮으로 계속되었다.
‘위임식은 이레 동안 행하나니
위임식이 끝나는 날까지
이레 동안은 회막 문에 나가지 말라.’
(레위기 8:33)
그렇다면 칠일 밤낮을 회막에 머물면서
그들은 과연 무엇을 했을까?
‘너희는 칠 주야를 회막 문에 머물면서
여호와께서 지키라고 하신 것을 지키라.
그리하면 사망을 면하리라.’
(레위기 8:35)
아론과 그의 아들들은
칠일 밤낮을 회막에 머물면서
여호와의 명령을 몸에 익히는
일종의 인턴십 기간을 가졌던 것이다.
모세의 엄격한 지도 아래서
그들은 직접 제물들을 선별하여
번제, 소제, 화목제,
속죄제, 속건제 등을
제 손으로 직접 드려보았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제단의 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진설병과 금 촛대와 분향단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칠일 밤낮 동안 철저하게 배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경험한 인턴십 과정은
하나님의 지극하신 배려의 산물이었다.
왜냐하면 만일 그들이
회막에서 조금의 실수라도 하는 날엔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레위기 8:35b)
하나님은
그들이 죽는 것을 원치 않으셨다.
그래서 그 분은
칠일 밤낮의 엄격한 인턴십 과정을 통해서
그들을 철저히 훈련시키셨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인턴십 과정이 끝난
다음 날,
아론은 처음으로 회중 앞에서
하나님께 드릴 제사를 집전했다.
아론은 먼저 자신을 위한
속죄제와 번제를 드린 후,
백성을 위한 제사를 드렸다.
그렇게 모든 제사를 마친 후,
백성을 향하여 손을 들어 축복함으로써
아론은 첫 제사 론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사건이 터지고 만다.
아론의 두 아들 나답과 아비후가
여호와께서 명령한 불이 아닌
다른 불로 분향하다가
여호와 앞에서
불에 타 죽고 만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토록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셨던 일이
결국 터지고 만 것이다.
이 일로 인하여
하나님의 명을 받아
인턴십 기간 동안
성심껏 직접 가르쳤던 모세도,
한꺼번에 두 아들과 형제를 잃은
아론과 엘르아살과 이다말도
이루 말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회막 일이라는 것은
충격에 휩싸였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그래서 리더 모세는
재빨리 사태수습을 시작했다.
그는 친척들로 하여금
나답과 아비후의 시신을 장사하게 했고,
아론과 남은 아들들에게는
평소처럼 사역을 감당하면서
여호와 앞에서 머물러 있게 했다.
한꺼번에 두 아들들을 잃고서도
마음대로 슬퍼할 수도 없었던 아론이
하나님 앞에 머물러 있었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말씀이 아론에게 직접 임했다.
(지금까지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서만 말씀하셨는데.)
“회막에 들어갈 때는
절대로 포도주나 독주를 마시지 말거라.
너와 네 자손은 거룩하고 속된 것,
부정하고 정한 것을 구별해야 하고,
또 모든 규례를 이스라엘 자손에게
가르치도록 구별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거라.”
(레위기 10:9-11)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아론은
처음으로 하나님과 직접 교제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하나님과의 교제는
아론을 비로소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제사장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만들었다.
이 사실은 이후의 사건을 통해서
확실히 드러난다.
모세는 아론과 남은 아들들에게
나답과 아비후가 불에 타서 죽을 때에
하나님께 바쳐진 제물들에 대해서
반드시 소득으로 챙기라고 명령했다.
아마도 모세는 철저한 원칙을 내세워
그들의 마음을 바짝 조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남은 아들들은
모세의 명령대로 하지 않았다.
즉, 그들은 제물들 중에서
자신의 소득을 챙기지 않고,
그것들을 모두 태워버렸던 것이다.
이 일로 모세는 화를 내면서
엘르아살과 이다말을 꾸짖었다.
그 때 아론이 나서서 모세에게 말했다.
“오늘 나답과 아비후가 속죄제와 번제를
여호와께 드렸어도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났는데,
오늘 내가 속죄 제물을 먹었더라면
여호와께서 어찌 좋게 여기셨으리요?”
(레위기 10:19)
이 말씀을 좀 풀이하자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그 애들을 너무 꾸짖지 마시게.
그 애들 잘못이 아니라
다 내가 시켜서 그렇게 한 것이니까.
오늘 나답과 아비후가 죽었소.
속죄제와 번제를 드리다가 말이오.
속죄제와 번제가 무엇이요?
우리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받으시겠다는
하나님의 사랑의 확증이 아니오?
그런데 제사를 드리던 나답과 아비후는
그들의 허물 때문에 죽었소.
그런 점에서 이 제사는 깨어진 제사요.
하나님은 이 제사를 받지 않으신 것이요.
그런데 어찌 제사장인 내가
하나님이 받으시지 않은 제사의 제물을
소득으로 삼을 수 있겠소?
하나님이 받으시지 않은 제물에서
제사장인 내가 소득을 챙긴다면
그것을 하나님이 좋게 여기시겠소?”
아론의 말을 들은 모세는
그 말을 좋게 여겼다.
(레위기 10:20)
원칙을 내세우던 모세가
원칙을 깨뜨린 아론의 말을 듣고는
흡족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점이
모세를 흡족하게 했을까?
모세는 아론의 해명을 통해서
아론이 아들을 잃은 고통 중에서도
제사장의 원래 본분을
먼저 헤아리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모세는 아론이 단순히
자신이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
허수아비 제사장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하나님의 제사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흡족했을 것이다.
항상 리더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면서
모든 회막과 제사의 일을 주관해 오던 모세.
그는 이 일을 통해서 아론의 리더십을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너무나 출중한 리더 모세는
아론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기뻐하는
겸손 또한 겸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세가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그의 겸손 때문이다.
그는 리더십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음을 알았고,
그것을 철저하게 인정하는
겸손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지도하던
후배(?!) 아론의 리더십을
그렇게 쉽게 인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득 지나온 날들의 사역을
돌이켜 보게 된다.
내게 모세와 같은 리더가 있었던가?
또 나는 모세와 같은 리더였던가?
ㅠㅠ
키리에 엘레이손!
#Oct. 31. 2011 사진 & 글 by 이.상.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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