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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처럼 떨어지는 화염, 난디 플레임(Nandi Flame)

창고지기들 2013. 9. 27. 17:36

 

 

 

 

서대문(WestGate) 테러 사건이 터지던 날 새벽,

그 분은 내게 무자비한 아비멜렉 일당을 보여주셨다.

(사사기 9:1-15)

 

그는 왕이 되기 위해서,

그래서 자신의 이름과 세력을

만방에 떨치기 위해서

종교적으로는

바알브릿(언약의 바알; 유사 하나님)을,

정치적으로는 세겜과 밀로를 등에 업고

무고한 여룹바알의 아들 70명을

한 바위에서 살해했다.

 

이 테러 사건은

아비멜렉의 단독 범행이 아니었다.

바알브릿 신전으로부터

은 칠십 개를 정치 자금으로 받은 그는

그 돈으로 ‘방탕하고 경박한 사람들’을 사서

이 일을 함께 일으켰다.

 

이 와중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요담은 그리심 산 꼭대기에 서서

나무 우화를 통하여

아비멜렉 일당을 저주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아비멜렉을 피해 브엘로 도망쳤다.

 

브엘에서 요담이 한 일은

단지 ‘거주’하는 것뿐이었다.(삿9:21)

즉, 그는 형제들의 복수를

자기 손으로 하려고 일을 도모하지 않았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예언자(!) 요담은

하나님이 일하시기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것이다.

그렇게 삼 년이 지난 뒤에

하나님은 결국 요담의 저주를,

당신의 심판을 이루고야 마셨다.

 

 

 

 

 

 

 

 

그 일이 터졌던 그 바위는

우리 가족도 가끔씩 찾았던 곳이다.

그리고 바로 그 날도

우리는 그 곳에 잠시 들를 계획이었다.

우리를 둘러싼 상황적 변수가

조금만 다르게 작용했더라도

어쩌면 우리는 그 시간,

그 곳에 있었을 지도 모른다.

 

긴급하게 소식을 전해들은 후,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그 분 앞에 엎드리자,

케냐를 위해 기도하기를

잠시 쉰 죄로 인하여

나는 통곡하며 회개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3월 대선 때,

민간인 폭동을 우려하면서

상한 마음으로 그 분께 끊임없이 부르짖었는데,

그 분의 은혜로 별다른 소요 없이

정국이 안정되자 나는 그만

케냐를 위해 기도를 슬그머니

쉬고 말았던 것이다.

 

눈물을 쏟으며 회개하고 난 뒤,

하나님께서 일해주시기를,

그 바위에서 더 이상

무고한 피가 흘려지지 않기를,

이 모든 일을 지켜보신 하나님께서

공의롭게 심판해주시길 기도했다.

 

 

 

 

 

요즘 케냐에는

난디 플레임(Nandi Flame)이 한창이다.

붉은 화염처럼 정열적으로 피어오른 꽃들이

오가는 이의 시선을 한참 붙들어놓곤 한다.

 

허나, 난디 플레임도 한철이다.

화염처럼 타올랐던 꽃들도

결국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지고 마니 말이다.

 

 

아비멜렉의 테러는 끝났다.

그러나 그 바위엔 아직도

무고한 선혈들이 부르짖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눈물을 흘려야 할 때다.

희생자와 그들의 유가족,

육체적, 정신적으로 상한 자들을 위해

그 분이 일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할 때다.

 

 

이 일을 위해서 그 분이 나로

브엘에 거주하게 하셨으니

난디 플레임이 떨어질 때마다

눈물을 떨어뜨리며 기도해야 할 일이다.

 

 

키리에 엘레이손!

 

 

 

#Sep. 27. 2013.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