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잔치는 계속 된다
“나를 따르라”(눅 5:27)
세리 레위!
드디어 그의 생애 최고의 순간이 찾아왔다.
그것은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세리’라는 부정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그를 부르신 순간이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 레위는
예수님을 위하여 자기네 집에서
큰 잔치(Great Feast)를 기쁘게 열었다.
차별이 없으신 예수님의 잔치에는
세리들과 다른 많은 사람들,
심지어 바리새인과 서기관들도
예외 없이 초대되었다.
푸짐한 음식과 향긋한 포도주,
흥겨운 음악과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웃고 떠드는 소리로
레위네 집의 잔치는 한창 무르익는다.
그러나 예수님의 잔치에
전혀 섞이지 못하는 비루한 무리가 있었으니,
그들은 유대의 사회의 상류층이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었다.
그들은 잔치를 즐기는 대신에
이것저것 비방하면서 잔치의 흥을 깨뜨렸다.
(눅 5:30,33)
비방 #1-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하여)
너희가 어찌하여 세리와 죄인과 함께 먹고 마시느냐?
비방 #2- (예수님을 향하여)
요한의 제자는 자주 금식하며 기도하고
바리새인의 제자들도 또한 그리하되
당신의 제자들은 왜 먹고 마시기만 합니까?
잔치를 즐기지 못하는
바리새인과 서기관이 안쓰러우셨는지(!)
예수님은 그들의 비방에 꼬박꼬박 답변을 해주셨다.
(눅 5:31,32,34,35)
답변 #1-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나니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노라.
답변 #2- 혼인 집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을 때에
너희가 그 손님으로 금식하게 할 수 있느냐?
그러나 그 날에 이르러 그들이 신랑을 빼앗기리니
그 날에는 금식할 것이니라.
그렇게 예수님은 레위네 집은
비록 한 때는 죄인의 집이었으나
지금은 신랑이신 예수님과
혼인을 한 신부(성도, 제자)의 혼인 잔치 집이니
더 이상의 비방일랑은 그만두고
함께 잔치를 즐기자고 손을 내미신다.
그러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예수님이 내민 손을 모질게 뿌리쳤던 것 같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리라.
“묵은 포도주를 마시고
새 것을 원하는 자가 없나니
이는 묵은 것이 좋다 함이니라.”
(눅 5:39)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이
좋아라하며 즐겼던 종교적 취향 즉, 묵은 포도주는
의인들이 초상집에 모여 금식하며 기도하는 것이었다.
이런 그들의 종교적 취향은
세례 요한까지는 그래도 인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경우는 달랐다.
예수님은 죄인들과 함께 잔치 집에 모여
먹어라, 마셔라 하며 시끌벅적 파티를 즐기셨기 때문이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은 그들의 입에는
분명히 떫고도 신 맛을 내는 새 포도주였을 것이다.
예수님은 자신이 그들의 종교적 취향인
낡은 옷과 묵은 포도주가 아님을 분명히 하셨다.
그래서 계속되는 비유를 통해서
새 옷의 한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고,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담는 자가 없다고 하셨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에
예수님은 바리새인이나 서기관과 같은
낡은 옷, 낡은 가죽 부대에게 다가는 대신에
세리와 죄인들에게로 다가가셨던 것이다.
1994년,
공전의 히트를 친 시집이 있었다.
그것은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다.
그녀는 시를 통해서
사라져간 이십 대 시절의
피 튀기는 현실(운동권)을 잔치에 비유한다.
왜냐하면 무거운 현실마저도
낭만적으로 가볍게 즐기게 해주었던
좋아하는 사람들과 알싸한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진탕 놀고(?!) 난 후,
그러니까 술 떨어져
사람들이 하나 둘 지갑을 챙겨
자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난 서른에
그녀는 잔치의 파장(罷場),
그 쓸쓸하고도 서운한 현실에 대해,
또한 누군가에게는 시작될 그 잔치에 대해
무슨 상관이냐고 시니컬하게 묻는다.
그녀의 시를 텍스트로 삼는다면
서른을 훌쩍 넘어 마흔이 된 나에게
잔치는 끝나도 한 참 전에 끝났어야 한다.
그러나 그녀의 시는 내게 있어서 텍스트가 아니다.
그래서 내게 잔치는 끝날 줄을 모르는 것이다.
물론, 나는 여전히 묵은 포도주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 케냐의 새 포도주를 원하지 않아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처럼 종종 비방하면서,
그 분이 벌여 놓으신 잔치를
제대로 즐기기는커녕 오히려 깽판을 놓기도 한다.
그러나 자비하신 그 분은
계속해서 내게 손을 내미신다.
“이 곳은 전혀 새로운 큰 잔치 집이란다.
나는 네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처럼
벌여 놓은 잔치는 즐기지는 않고
계속해서 꼬투리를 잡아
비방만 일삼길 원하지 않는단다.
그것은 내 잔치에 대한 모독이자,
어리석고 미련한 짓이니까.
내 잔치를 즐길 수 있는 자는
죄인과 병자임을 기억하고 있겠지?
자,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낡은 옷과
묵은 포도줄랑은 버려두고,
나와 함께 잔치를 즐기자꾸나!”
흐음~
이 곳은 레위네 잔치 집이다!
마흔, 잔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Are you ready?
Let's enjoy! Party People~~~~~~~~"
#Jul. 31. 2012. 사진 & 글 by 이.상.예.
*)사진은 에티오피아 음식이다.
'은제라'(술빵 맛이 나는) 위에 있는 각종 토핑(?)에 시로를 더한 후,
맨 손으로 은제라를 찢어서 토핑과 함께 싸먹는
잔치스러운 공동체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