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소명이라는 선물

창고지기들 2025. 5. 3. 11:20

 

 

 

 

 

소명이라는 선물

 

 

보라 내가 이스라엘 자손 중에서 너희의 형제 레위인을 택하여 내게 돌리고 너희에게 선물로 주어 회막의 일을 하게 하였나니 너와 네 아들들은 제단과 휘장 안의 모든 일에 대하여 제사장의 직분을 지켜 섬기라 내가 제사장의 직분을 너희에게 선물로 주었은즉 가까이하는 외인은 죽임을 당할지니라(민수기 18:6-7)

 

 

특별한 자격이나 뛰어난 자질 때문이 아니었다. 하나님이 그 누구도 아닌 아론과 그 혈통에게만 주신 제사장 직분은 ‘선물’이었다. 선물을 위한 수혜자의 조건 같은 것은 없다. 수여자의 뜻이 전부다. 

 

수여자는 제사장 직분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 자들까지 아론에게 선사해주셨다. 선물에 선 조건이 없는 것이 사실이나, 후 조건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수혜자는 선물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가령, 수여자에게 감사를 표한다거나, 받은 직분에 충성을 다한다거나, 받은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과 같은. 그런 점에서 아론은 선물의 수혜자가 마땅히 보여주어야 하는 책임까지 보장 받았다. 하나님이 선사해주신 레위인들의 조직적인 도움으로 아론의 제사장직 수행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게다가 아론이 받은 선물은 황금을 낳는 거위와 같은 종류였다. 아론과 그의 가족들로 하여금 평생 먹고 살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소명이 생업인 사람은 가히 전폭적인 선물을 받았다고 할 만하다. 

 

애석하게도, 나는 아론의 반차를 따르지 않는다. 소명이 생업은 아닌 것이다. 나의 소명은 2008년 12월 31일에 본격적으로 작동되기 시작했다. 어떤 자격이나 조건이 일절 없었음에도 문서 선교사로 부름을 받은 까닭에, 나의 소명은 선물이다. 받은 선물에 대한 마땅한 반응으로 나는 큐티와 설교와 묵상 원고들을 끊임없이 쓰고, 짓고, 집필해왔다. 그러나 소명이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굶었던 적도 없다. 나를 부르신 분이 공중에 나는 새도, 들에 피는 꽃도 먹이고 입히시는 자비의 왕이시니 당연한 결과다.

 

 

어쩌다 보니, 2025년 3월부터 문서 선교가 순수한 본업이 되었다. 생업이 아닌 소명, 그 선물에 대해 충성으로 보답하는 중이다. 무슨 일이든지 그것이 본업이 되면 괴로움이 필수인 법. 복음을 증거 하는 글을 창작하는 일이 갈수록 고되고 어렵고 힘겨워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부르신 이가 소명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 자들 또한 보내주신다는 사실이다. 나의 레위인은 다양한 작가들이다. 그들이 지은 책을 통해 나는 쓰고, 짓고, 집필하는 일에 도움을 받는 중이다. 

 

소명과 소명 수행에 도움을 주는 자들까지 몽땅 선물로 주신 분이 나를 외인으로 분류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누릴 당사자로 구별하신다. 그러므로 기뻐하라, 내 영혼아! 죽지 않고 엄연히 살아서 내 주님의 존전 앞에서 글을 통해 예배하고 있으니. 키리에 엘레이손!

 

 

 

#May. 3. 2025.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