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회막의 수다쟁이

창고지기들 2025. 4. 3. 10:31

 

 

 

 

 

회막의 수다쟁이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리더들이 꼬박 십이 일에 걸쳐 차례대로 봉헌 예물을 드렸다. 그 후, 하나님은 그들의 봉헌 예물을 품목별로 모아 더하셨다. 은 쟁반과 은 대접에서부터 번제물과 화목제물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꼼꼼한 결산 속에서 하나님의 마음이 발견된다. 단 한 개도 허투루 취급하지 않으시겠다는 알뜰한 마음이. 열 두 리더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드린 봉헌 예물을 보셨을 때, 하나님의 마음은 감격으로 벅차올랐던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리더들 각자가 전심과 전력을 다해 드린 헌신이 전체로 가시화되었을 때, 하나님의 마음은 벅차다 못해 터질 지경이 되었던 듯하다. 봉헌 예식을 마친 후, 보고하기 위해 회막에 들어온 모세를 붙잡고 하나님께서 먼저 말씀하신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모세가 회막에 들어가서 여호와께 말씀하려 할 때에 증거궤 위 속죄소 위의 두 그룹 사이에서 자기에게 말씀하시는 목소리를 들었으니 여호와께서 그에게 말씀하심이었더라(민수기 7:89)

 

 

이스라엘의 열 두 대표가 드린 봉헌물들은 단순한 물질 이상이었다. 그것은 하나님과 함께하고자 하는 열망의 표현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것의 합산은 함께하고 싶은 열망이 비단 하나님의 것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역시 그러하다는 증거가 되어 주었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법이다.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에서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은 언제나 하나님. 그리하여 자신에 대한 이스라엘의 사랑을 확인받은 날 하나님은 모세에게 말할 수밖에 없으셨던 것이다. 확인된 사랑이 터트린 기쁨으로 마음이 뿌듯해진 사람은 그것을 쏟아놓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보았느냐? 나손이 제물을 드릴 때 지었던 엄숙한 표정을. 그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알고, 정말 많이 컸어. 평소답지 않게 의젓하고. 가말리엘은 또 어떻고. 그 아이는 자기가 왜 리더가 되었는지, 나의 요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게 분명해.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순종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믿음이지. 그런 점에서 가말리엘은 정말 훌륭한 리더감이야. 그리고 바기엘은 말이야….”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하나님의 수다가 들려온다. 자신을 향한 이스라엘의 사랑에 가슴이 벅차올라 박장대소를 하면서 폭포수 같은 수다를 퍼붓고 계시는 하나님이 보여 진다. 거룩한 수다는 증거궤 위, 속죄소 위의 두 그룹 사이에서 쏟아져 내렸다. 일전에 하나님은 누구라도 경외심을 느낄 만한 위대한 시내산에 거하셨다. 그런데 지금은 작고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막으로 자신의 거처를 옮기셨다. 시내산에서는 천둥과 번개로 위엄있게 말씀하셨건만, 지금은 증거궤 위에 조각된 두 그룹 사이에서 참새처럼 지즐대며 수다를 떨고 계신다. 어쩌다 하나님은 이토록이나 자신을 낮추고 축소하신(Downsize) 것일까? 이게 다 고약하고 몹쓸 사랑 때문이다. 

 

 

-하나님, 당신은 정말 미치셨어요!

-그래, 나는 미쳤다. 너희를 향한 사랑에 나는 완전히 미쳤다!

 

 

“사랑에 미쳐 

회막의 수다쟁이까지 되신 당신을 찬양합니다.

그러한 당신의 사랑 때문에

저 또한 이렇듯 수다를 늘어놓게 되었으니,

오 사랑의 주여,

당신의 사랑에 겨운 

거룩한 수다쟁이가 되게 하소서.”

 

 

 

#Apr. 3. 2025.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