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ika(The Rainy Season)
봄, 여름, 가을, 겨울.
케냐에는 이들 사계절이 없다.
케냐에는
Masika(The rainy season; 우기)와
Kiangazi(The dry season; 건기)가 있을 뿐이다.
우기는 일 년에 두 번,
긴 우기와 짧은 우기로 나뉜다.
처음 케냐에 도착했던 1월은
한창 건기를 지나고 있었는데,
1월에 만난 들판의 초록은
제법 소담스러웠다.
허나, 1월의 초록도
3월 말, 건기의 막바지에 다다르자
속절없이 누렇게 말라갔다.
그리고 그 바람에 젖소의 우유 생산량이 줄어
우유 값도 오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타는 목마름에 시달렸던 사람들은
어서 빨리 우기가 시작되기를
하나 둘 소원해 갔다.
그리고 사람들의 소원을 따라
활활 타오르는 건기의 종지부는
4월 중순에 비로소 찍혔다.
하늘이 비로소 거대한 비 창고를 열었던 것이다.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정말 하루도 빼놓지 않고 비가 내렸다.
덕분에 충분히 해갈은 되었지만,
지나치게 많이 내린 비로 인하여
인명과 재산 피해도 적지 않아서
또 다시 건기를 기다리는 소원들이
하나 둘 늘어만 간다.
우기의 흔적이 가장 큰 곳은
역시나 케냐의 길들이다.
부실한 케냐의 도로는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인한!)
우기를 지나고 나면 여기저기 생겨난
커다란 구멍(pothole) 때문에 몸져눕는다.
아스팔트길도 그럴진대
동네 흙 길은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길바닥에 커다랗게 난 구멍은
분명히 보기에도 흉물스럽고,
다닐 때도 무척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녀석 덕분에
과속으로 쌩쌩 달리는 차들이
(이 곳의 안전 불감증은 꽤 심각하다!)
혹여 구멍 때문에 다칠까봐
속도를 줄이고 다니기 때문이다.^^;;
“we're in Your presence, let it rain
Your rain, let it fall on me....
Open the floodgates in abundance
and cause Your rain to fall on me...
Baba, we're in Your presence, let it rain
pour Your rain, let it fall on me...
Open the floodgates in abundance
and cause Your rain to fall on me...
Baba o! Baba o! Baba o! Baba o!...
Send you refreshing rain
Let it pour on us, overflow on us
Hear our cry oh God...
Let it rain..
Baba o! Baba o! Baba o!”
긴 우기 동안 다녔던
케냐의 한 교회(NPC)에서는
‘BaBa'라는 찬송을 종종 불렀다.
‘BaBa'는 ’Sonnie Badu‘라는
찬송 사역자가 부른 유명한 찬송이다.
물론, 그 교회는 이 찬송을
그들만의 색깔이 가미된
예배 찬송으로 편곡해서 불렀다.
선교지에서의 첫 정착이
지루하고 견디기 힘든 건기처럼 느껴져서였는지,
아니면 흉물스럽게 패인 커다란 구멍으로
몸져누운 케냐의 길이 나의 길과 닮아서였는지,
나는 이 찬송을 케냐의 지체들과 함께 부르면서
많이 흐느껴 울었다..ㅠㅠ
긴 우기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제 다시 건기가 시작될 것이다.
긴 우기를 지나고 맞는 건기는
서늘함을 너머서서 쌀쌀하다고 한다.
특별히 7월과 8월은
가장 추운 달이 될 거라고 하는데,
괜히 독한 감기에 들지 않도록
제단의 불을 넉넉히 때는데
더욱 신경을 써야할 일이다.
#Jun. 3. 2012.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