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크게 즐거워하게 하시는 하나님

창고지기들 2024. 9. 28. 10:44

 

 

 

 

 

크게 즐거워하게 하시는 하나님

 

 

느헤미야는 카이퍼(Abraham Kuyper) 스타일의 전형이다. 개혁주의 신학자 카이퍼가 주창한 ‘영역주권(sphere sovereignty)’에 따르면, 하나님은 교회의 하나님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하나님으로 국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예술, 교육 등 세상사 전반에서 주권적으로 통치하신다. 그런 점에서 느헤미야는 정치 영역에 있어서 하나님의 주권을 철저히 실현시킨 인물이다. 페르시아 왕에게 파견된 총독으로써 관할 지역인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가 성취되도록 애를 썼던 것이다.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중수하는 일은 총독인 느헤미야가 완수해야 하는 숙원 사업이었다. 동시에 그것은 하나님이 그를 총독으로 삼으신 이유이자, 그에게 맡기신 소명이었다. 그런 까닭에 그는 주변의 온갖 훼방과 음해와 비방 속에서도 꿋꿋하고 근면하게 성벽 중수의 소임을 완수했다. 마침내 성벽이 완공 되었을 때, 그는 예루살렘 성벽을 하나님께 봉헌하는 예배 의식을 추진했다.

 

성전 봉헌 예식이야 전례가 있는 일이지만, 성벽 봉헌 예식은 느헤미야가 유일하다. 성벽이 예루살렘의 바운더리라는 점에서 이는 성전을 넘어서 성읍 전체가 하나님의 것이자,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곳임을 선포하는 예식이라고 할 수 있다. 페르시아의 총독 느헤미야는 자신이 관할하고 있는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이 페르시아의 왕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는 곳임을 공공연히 했던 것이다.

 

 

이사한 지 2년이 넘었으나, 이 곳에서 교회 지체들과 함께 예배한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이 집은 어디까지나 개인 예배 처소이자 일상의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일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 5월부터 교회 소그룹 공동체에 참여하게 되었고, 순번을 따라 여기서 지체들이 함께 모여 예배를 하게 되었다.

 

때 맞춰 로고스 씨가 내게 내민 성경은 느헤미야. 덕분에 나는 성벽 봉헌식을 거행하는 느헤미야와 발맞추어 이 집의 봉헌식을 준비했다. 집의 묵은 때를 정결하게(청소) 하고, 예배할 공간을 세팅하고, 지체들과 함께 나눌 더치 커피와 꽃차와 다과와 음식을 준비하고, 지체들을 환대할 음악을 골랐다. 그리고 모든 준비 과정을 기도로 함께 했다. 이 집이 하나님의 처소임을, 하나님의 주권이 통치하는 곳임을 선포했다.

 

 

이날에 무리가 큰 제사를 드리고 심히 즐거워하였으니 이는 하나님이 크게 즐거워하게 하셨음이라(느헤미야 12:43)

 

 

처소 봉헌식이 거행되던 날 아침, 로고스 씨는 큰 기쁨을 약속해 주었다. 그리고 약속대로 큰 즐거움이 봉헌식 내내 함께 했다. 빠짐없이 참여한 지체들로 처음으로 거실이 작게 느껴졌고, 끊이지 않는 진솔한 나눔, 공간을 뚫고 나가는 찬송과 기도 소리, 눈물과 웃음의 교차 편집이 여러 번 되풀이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의 강권으로 정말 오랜 만에 지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축복의 중보 기도를 목청 높여 드리는 은혜도 누렸다.

 

크게 즐거워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모인 봉헌식은 큰 기쁨으로 진동했다. 모임 이후의 산더미 같은 뒷설거지며, 정리와 청소까지 어렵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큰 즐거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봉헌식을 완전히 마무리 한 후, 나는 잠시 드러누웠다. 그리고 예루살렘 성벽 봉헌식을 마치고 쉬고 있던 느헤미야를 떠올렸다.

 

 

여호와로 인하여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느헤미야 8:10)

 

 

강력한 리더십으로 모든 역경을 딛고 일을 성취하는 데에 특화된 느헤미야. 그를 그답게 해준 원동력이 다름 아닌 기쁨이었다는 깨달음이 스며들었다. 그리하여 나는 곯아떨어지기 직전까지 간구했다.

 

 

다른 무엇도 아닌

당신으로 인하여 기뻐하는 일이

내 평생에 정녕 나를 따르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나의 주, 나의 하나님!

 

 

 

 

#Sep. 28. 2024.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