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항상 왕의 상에서

창고지기들 2023. 5. 6. 11:30

 

 

 

 

항상 왕의 상에서

 

 

사울의 아들 요나단에게는 다리 저는 아들 하나가 있었으니 이름은 므비보셋이라 전에 사울과 요나단이 죽은 소기이 이스라엘에서 올 때에 그의 나이가 다섯 살이었는데 그 유모가 안고 도망할 때 급히 도망하다가 아이가 떨어져 절게 되었더라(사무엘하 5:4)

 

 

마지막 왕자 므비보셋의 고유성은 두 가지로 사실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나는 사울의 손자(요나단의 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다.

 

때는 바야흐로 새로운 세상의 초창기.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지는 동백꽃처럼 사울 왕조가 급격히 몰락하자, 다윗은 새로운 왕조를 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직전 왕의 손자라는 사실은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라는 사실과 사울의 손자이되 특별히 요나단의 아들이라는 점은 치명성을 반의반으로 크게 감소시켰다. 게다가 다윗은 보은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아버지 요나단이 살아생전 베푼 은혜로 므비보셋에게 남아 있던 사분의 일의 위험성은 깨끗이 상쇄되었다.

 

 

므비보셋이 항상 왕의 상에서 먹으므로 예루살렘에 사니라 그는 두 발을 다 절더라(사무엘하 9:13)

 

지혜로운 왕 다윗은 원수 갚는 일은 하나님께 맡겼다. 대신에 은혜 갚는 일에는 손수 나섰다. 왕국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다윗은 죽은 요나단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사울의 후손을 찾았다. 남은 자는 공교롭게도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 뿐이었다. 다윗은 그를 궁으로 불러들였고, 그에게 사울의 집에 속했던 모든 재산을 돌려준 뒤, 왕의 상에서 함께 먹는, 곧 왕과 친밀히 교제할 수 있는 특권을 주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다윗 왕권 아래서 요나단의 아들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므비보셋의 안전을 지키기 어려워 보인다. 만일 그가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였다면, 비록 자신은 원치 않아도 타인에 의해서 언제든지 반역의 구심점이 되었을 테니까. 그러나 다행히(?!) 므비보셋은 두 발을 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장애는 므비보셋을 오롯이 지켜주었다.

 

 

장애를 원한 적 없었을 므비보셋이다. 나 역시 한 번도 원한 적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듭난 나를 받아 양육시켜주었던 교회의 교단에 발을 들여 놓았다가 그것을 얻게 되었다. 그곳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떨어져 두 발을 절게 된 나는 성직자 대상에서 철저하게 제외되었다. 그러나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것이 나로 종교 비즈니스맨이 되지 않도록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여성인 까닭에, 순수하게 성경 말씀을 좋아하고, 성경 묵상을 즐기고, 말씀 나눔을 기뻐하는 종류로 지금껏 살아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 삶의 자리는 언제나 변두리다. 그러나 예루살렘이 아닌 곳에서 산 적이 한 번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나는 여느 왕자들과는 달리 항상 왕의 상 앉아서 먹고 마신다. 그러니 두 발이 전들 무슨 대수이랴! ㅎ~

 

 

만일 네 발이 너를 범죄하게 하거든 찍어 버리라 다리 저는 자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나으니라(마가복음 9:45)

 

 

 

#May. 6. 2023.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