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지기들 2023. 2. 18. 11:11

 

 

 

 

아침 묵상

 



제겐 물론 
닭이 먼저랍니다.
매일 먹는 것이 
달걀이긴 해도 말이죠.

 

달걀판 같은 당신의 책에서
그대 말씀으로 지은 닭이
낳은 달걀을 꺼내
깨뜨리고 풀어서 
오믈렛을 만드는 아침.

 

오믈오믈 
씹어 삼키면
뱃속을 채우는
양식과 흐르는 생수로
날은 대략
포만감으로 적당해지나,
더러는 누군가의 말대로
달게 삼켰다가
복통으로 부적당해져서는
노란 오믈렛이 
까만 저를 그만 
하얗게 삼켜버리기도 합니다.

 

엎치락뒤치락 섞이고 엮이는 
당신과 나와 오믈렛.
주인공이었다가
주인공만 아닌 것이 되기도 하는
내 이야기는 아침마다
당신의 이야기에 착상되어
무럭무럭 커갑니다.

 

 

 

 




#Feb. 18. 2023. 시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