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온전하게 될 때까지

창고지기들 2022. 2. 5. 11:53

 

 

 

 

 

온전하게 될 때까지

 

 

불행하게도 내게는 선생이 거의 없다. 

물론, ‘선생님’이라고 호칭했던 자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많았다. 

그러나 깍듯했던 나의 호칭은 대략 빈껍데기이었을 뿐. 

알맹이 없는 껍데기들 틈바구니에서 자라고 성장했으니, 

나는 내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딱하다.


다행히도 거의 없을 뿐이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내게도 선생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 

그분을 만났을 때, 나는 알아차렸다. 

나를 제자로 받아들이신 이유가 

나의 개인적 자질과 능력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그분의 자발적 선택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런 까닭에 나는 안정감을 누릴 수 있었다.

인정받기 위해 갖은 애를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절대로 무를 수 없는 제자인 양 대해주시는 

그분의 은혜 안에서 

나는 지금껏 맞춤형 훈련을 받는 중이다.

 


선생께서는 내내 훈련의 목표를 말씀해오셨다.


“제자인 너는 선생인 나보다 높지 못하다. 

그러나 충분히 훈련받으면(온전하게 되면) 나와 같이 될 것이다.”

(누가복음 6:40)


선생과 같이 되는 것, 그것이 내 훈련의 목표다. 

이는 죽기 전까지 훈련이 지속될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살아 숨 쉬는 것마저 훈련인 자, 그가 바로 제자다.

 


한 때, 잠시나마 선생으로 여겼던 이가 있었다. 

그의 선택들이 만들어온 삶의 여정이 썩 훌륭해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판단의 유통기한은 오래가지 못했다. 

갈수록 그의 선택들이 미심쩍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그의 선택에 드리운 이기적 동기는 사라질 줄 몰랐고, 

없는 줄로만 알았던 자기 능력에 대한 과신(교만)마저 결국 모습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비난이 내 마음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픔을 느낄 새가 없었다. 

생존하기에도 벅찬 날들이 해일처럼 연달아 습격해왔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나는 재빨리 그를 잊어버렸다.

 


며칠 전 문득 그가 떠올랐다. 

느닷없이 불편함이 마음에 쏟아졌다. 

당황스러웠다. 

서둘러 엎질러진 불편함을 닦아내면서 곰곰이 이유를 생각했다. 

급히 묻어두고 무시했던 그에 대한 감정이 뾰족한 못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실망감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앗!” 

검지에 빨간 핏방울이 통통하게 맺혔다. 

새빨간 피를 흘리신 그리스도의 음성이 마음에 붉은 카펫을 깔아놓기 시작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누가복음 6:41)


너희는 나를 불러 주여 주여 하면서도 

어찌하여 내가 말하는 것을 행하지 아니하느냐

(누가복음 6:46)

 

 

충분히 훈련을 받지 못해 여전히 온전치 못한 나는 

자주 남을 헤아리면서 실망한다. 

함부로 누군가를 선생으로 높였다가, 

머지않아 그를 실망스럽다며 비난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그를 잊어버렸던 것은 아니다. 

가끔씩 그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떠올리며 지속적으로 야유해왔던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그도 제자이기는 마찬가지다. 

나처럼 그 역시 그리스도를 선생으로 모시고 

지도를 받고 있는 훈련 생도일 뿐이다. 

그러니 선생처럼 온전할 리가 전혀 없지 않은가! 

결국, 잘못은 그가 아니라 내게 있다. 

그를 선생인양 추대했다가 실망한 뒤, 

나를 실망시켰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하고 정죄했던 

내 잘못이다.


훈련이 턱 없이 부족한 나는 내 눈 속의 들보로 인하여 

상대를 종종 선생으로 착시(錯視)하기도 하고, 

형제의 눈 속의 티끌을 보고 심심찮게 비난을 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실패의 나날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 대해 절망하지는 않는다. 

훈련의 본질이 실패라는 것을 숙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거듭 성공에 이를 때까지 

줄기차게 실패를 되풀이 하는 것이 훈련이다.

 


그러니 너, 
온전하지 못한 제자여!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훈련 받으라.
네가 할 수 없는 것을 
하나님으로 하실 수 있도록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
끈질기게 말씀을 묵상하여
마침내
말씀으로 네가 되게 하라. 


키리에 엘레이손!

 

 

 

 

#Feb. 5. 2022. 사진&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