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토트의 책, <제자도>를 읽고.
모든 제자도의 기본은,
예수님을 합당한 호칭으로 부를 뿐 아니라
그분의 가르침을 따르고 그분의 명령에 순종하겠다는
우리의 결단이다.
-본서 중에서
이 책 <제자도; 원제The Radical Disciple>는
복음주의 신학자로 명성이 자자한 존 스토트가
88세의 나이에 쓴 책이다.
내용은 신앙의 후배들을 향한 일종의 고별 메시지다.
‘급진적 제자(The Radical Disciple)’라는 뜻의 원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들추어내고
대의에 철저하게 헌신한 제자’를 의미한다.
기독교에 입문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흔한 호칭들에는
‘그리스도인’과 ‘제자’가 있다.
이 때 ‘제자’는 ‘그리스도인’보다 급진적인 뜻을 갖는다.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자신을 헌신하여
말씀대로 살아가기 위해 말씀을 배우고 훈련하고,
순종하는 쪽을 가리켜 ‘제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가뜩이나 급진적인 ‘제자’라는 호칭에
아예 대놓고 ‘급진적’이라는 형용사를 덧붙여
수종 들게 했으니 책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다.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에는
‘분량이 적다’라는 뜻도 포함된다.ㅋ)
책은 어느 노 신학자가 가지고 있는
‘급진적인 제자’에 대한 그림,
곧 그것의 특징 여덟 가지를 소개하는 것이 전부다.
물론 이 때 소개된 특성들은 어디까지나
존 스토트 개인이 인생을 살아오면서
‘제자’에 대해 갖게 된, 혹은 골라낸 여덟 가지 이미지다.
그 여덟 가지는 다음과 같다.
불순응
(다원주의, 물질주의, 윤리적 상대주의,
나르시시즘에 대한 순응에 저항함),
닮음
(성령 충만으로 고난을 통해 사랑,
오래 참음, 선교의 그리스도를 닮아감),
성숙
(그리스도를 예배하고 신뢰하고 사랑하고
순종함으로 그분과 성숙한 관계를 맺음),
창조 세계를 돌봄
(자연 세계에 있어서 하나님과 동역함으로
그것을 돌보고, 나아가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
단순한 삶
(개인적으로는 자발적인 가난한 삶을 선택하고,
사회적으로는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사회 정의와 공의 실현을 통해 가난한 자들을 돌봄),
균형
(개인과 공동체, 예배와 일,
순례자와 시민 사이에 균형을 맞추어 살아감),
의존
(애초에 서로 돕고 의존하도록
창조된 존재임을 받아들여 실천하기),
죽음
(그리스도인이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난 이들’임을 받아들여,
죽음을 재료로 창조되는 생명을 소망하기)
그러므로 나는 여러분에게
끊임없이 책을 읽으라고 강권하고 싶다.
여러분도 읽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강권하라.
이것이야말로 많이 무시되고 있는
은혜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본서 중에서
복음주의 학자들의 글은 건조하고 딱딱하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추상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래서 책은 일면 말하려는 바가
너무 투명하고 뻔해서 읽기 쉬운 반면,
심히 크고 추상적인 언어 사용으로 인하여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의미로 붙잡아내기 위해서
말을 벼리는 수고를 감당하게 했다.
끝으로 책을 읽으라는 노 신학자의 강권이 좋았다.
내 삶의 궤적을 긍정해주고,
응원해주는 것 같은 따뜻한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흐음.
#Jun. 11. 2021.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