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o the Victory!
화분갈이를 한 식물은
새로 옮겨진 화분에 적응하기 위해서
한참 동안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물을 충분히 주어도
오히려 시들시들 말라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새로운 화분에 적응이 끝나면,
식물은 언제 몸살을 앓았냐는 듯
다시 예전의 싱그러움을 회복한다.
한낱 식물이 그러할 진대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거의 스물 네 시간을 비행기 타고
캘리포니아에서 이 곳 케냐로 와서
새롭게 심겨진 하영양과 하진군.
애초 지체들의 염려는
이제 막 사춘기를 시작하는
하영양에게 있었다.
그러나 막상 화분갈이가 끝난 시점에서
문제는 하영양이 아니라 하진군에게서 나타났다.
하진군의 화분갈이 후유증은
잠자다가 코피를 흘리는가 하면,
학교에서 여러 번 토를 하기도 하고,
아침마다 학교가 싫다고 우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혀 새로운 환경인데다
스쿨버스를 매일 왕복 두 시간씩 타야하니
하진군에게는 분명 버거운 화분갈이임에 틀림이 없다.
반면, 하영양에게 화분갈이 익숙한 것이다.
육학년인 그녀에게 이 번 학교는
벌써 다섯 번째 학교이기 때문이다.ㅜㅜ
그녀는 첫 날부터 친구들과 관계를 시작했고,
새로운 친구들을 알아가는 재미에 빠져있다.
그런 그녀가 대견한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그런 써바이벌 능력을 갖게 되기까지
남모르게 고군분투 했을 것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금요일,
학교에서 ‘Sports Day’라는 행사를 가졌다.
우리나라의 운동회쯤으로 생각하고
아침부터 서둘러서 스쿨버스를 얻어 타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아이들이 하는 스포츠란 주로 달리기였다.
50미터, 100미터, 400미터, 그리고 릴레이...
(케냐가 마라톤 강국인 이유를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운동은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싫어하는
아비를 닮은 하영양과 하진군.
그래도 하영양은
비록 싫어하는 달리기라도
열심히 참여 하면서
사진을 찍어주는 엄마에게
포즈를 날려주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하진군은 달랐다.
하진군은 달리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서로 경쟁을 하며
달려야하는 경기는 싫어한다.
그래서 결국, 그는
처음 50미터 달리기를 포기한 채,
친구들이 달리는 것을
아빠 뒤에 숨어서 보기만 했다.
엄마로서 그런 하진군을 지켜보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왕년에 좀 달렸던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하진군은 내가 아니기에
나는 마음을 지키면서
하진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뭐에 마음이 동했는지
뜬금없이 하진군이 100미터는 달리겠고 말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영양이
만일 하진군이 달리기를 하면,
멋진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진군의 100미터 달리기는 시작이 되었고,
결과는 총 7명 중에서 5등이나 했다!
비록 5등이긴 하지만,
자기를 이기고(克己) 경기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하진군에게는 승리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ㅠㅜ
“네 모든 자녀는 여호와의 교훈을 받을 것이니
네 자녀에게는 큰 평안이 있을 것이다.”
(이사야 54:13)
처음 선교사로서의 부름에 응답했을 때,
그 분이 허락해주신 말씀을 나는 신뢰한다.
그렇게 하영양과 하진군은
여호와의 교훈을 받음으로써
결국은 큰 평안 중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비록 낯설고 힘들더라도
달리고 또 달려라, 나의 아이들아!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그 승리를 향하여,
오늘도 달려라, 나의 소중한 아이들아!”
#Jan. 26. 2012.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