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보물창고/선교 편지

삶(Life)과 사역(Ministry)

창고지기들 2012. 1. 19. 19:39

 

 

 

하나님의 소중한 땅에 발을 디딘지 벌써 9일이나 되었습니다.
모두에게 고백한 대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보고,
허락하시는대로 따라가기 위해 마음을 다짐하면서,
하루 하루 지내고 있습니다.


선교사로서 자기 정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데,
부딪힌 첫번째 과제는

삶과 사역에 대한 관계를 정립하는 것입니다.


저희 가정을 위해서 기도해주시고 지원해주시는

 교회와 동역자들을 생각하면,
삶이 아니라 사역에 집중하게 됩니다.

일종의 부담이죠.


"내가 그들의 기대와 동역에

부합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그런데, 이 질문이 제게 힘겹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역을 하기 전에 삶을 먼저 챙겨야한다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풍족하지는 않지만,
사역을 하기 전,
삶의 공간을 정리하고,
아이들 생활과 학교 적응에 도움을 주어야 하고,
아내의 건강을 돌보는 것에 함께 힘이 되 주어야 하는 것,
아울러 필요한 음식과 생활용품을 구하러 다니는 것 등등...

이런 일들을 하면서,
제가 분명히 느끼는 것은 사역이

삶과 동떨어져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삶의 과정에서 사역이 주어진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확신합니다.
새로운 땅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필요한 것들에 도움을 받으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삶을 위한 필요조건이 아니라,
사역이 이루어지는 충분한 조건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삶의 방식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존중의 태도를 보이는 것,
작은 것이지만 마음을 담아서 그들에게
한 마디라도 건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지혜를 얻어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

결국, 삶과 사역을 구분하지 않고
삶을 사역의 한 과정이라 생각하면서

하나님과 동행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습니다.


이제는 제한된 재료로 음식을 해먹는 것,
손으로 직접 빨래를 하는 것,
아침 7시 5분에 아이들 데리고 학교 버스 타는 곳까지 가며
사람들 만날 때 반갑게 인사하는 것,
아프리카 신학생들을 대하며,
그들의 가슴에 담긴 그리스도의 열정에
자존감을 더욱 높여주는 것,
가르침의 기회를 얻어 그리스도의 복음에
근거한 신학을 전달하는 것
모두가 삶이고 모두가 사역임을 새롭게 확신합니다.

 

 

by 주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