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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시대

창고지기들 2016. 10. 13. 01:21




자랑시대



묵상모임은 패션쇼 장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공중목욕탕이다.

죄 많은 자들이 함께 모여 묵은 때를 벗겨내는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말씀을 타월 삼아 각자의 것을 아프게 밀어내는 동시에,

상대방의 등을 위로와 격려로 다독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 있다.

화려한 차림을 한 사람이 공중목욕탕에 성큼 입장하는 것이다.

벌거벗어 약해진 사람들 틈에서 홀로 화려하게 입고

런어웨이(Runaway)를 활보하는 하는 것이다.

벌거벗어 연약해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홀로 호화로운 옷차림을 하다니!

죄 없는 척, 약하지 않은 척 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살짝 흘러내린 실소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는 꼬마 때문에

성가셔지는 것은 다음 순간이다.

꼬마의 이름은 시기(猜忌)다.



자랑하는 자는 주 안에서 자랑할지니라(고후10:17)

내가 부득불 자랑할진대 내가 약한 것을 자랑하리라(고후 11:30)



자신의 약함을 고백하는 것은 주 안에서 자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주 안에서 자랑할 것은 오직 주님 밖에 없는데,

그분은 종종 약함을 통해 더욱 도드라지신다.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약함을 약점으로 삼아 공격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약함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러나 약한 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

다만 그것을 가리고 감추기 위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 방어 기제를 입고 있을 뿐이다.

일종의 무거운 갑옷인 방어 기제를 한 순간도 벗어버릴 수 없으니,

편할 날 없는 것이 인간이다.

잘 때도 갑옷을 벗지 못하는 전쟁터의 장수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은혜가 임했다.

옥죄는 방어기제를 벗어버릴 수 있는 곳이 허락되었던 것이다.

그곳은 바로 주 안(in the Lord)이다.

주 안에서라면 누구나 마음껏 약해질 수 있고,

약함은 약점이 아니라 미덕이 된다.

약함이 주의 강함을 드러내어 그분을 드높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은 나의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고후 12:9-10)



자신의 약함은 견디기 힘든 환난이다.

자신의 약함이 가족과 이웃을 힘들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바로 그럴 때 주님을 가장 간절히 찾고 의뢰하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을 견디면서 그분을 점점 더 소망하게 될 때,

자기 약함을 웃음거리로 삼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그리고 나의 약함과 그분의 강함을 인정할 때,

저기압과 고기압의 차이 속에 바람이 불게 된다.

따뜻하고도 시원한 바람, 성령님.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을 앎이로다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바 됨이니(롬 5:3-5)



때를 따라 다시 자랑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주 안에서 마음껏 나의 약함을 자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체들로 시기라는 장애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아낌없이 약해지기로 한다.

그곳은 런어웨이가 아니라 공중목욕탕임을 기억하면서,

주 안에서 거리낌 없이 자랑하기로 한다.




#Sep. 16. 2016.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