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내
나의 아내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좋겠어!’라고
노래를 불렀던 적이 있었다.
아랫집에 살던 그녀 때문이었다.
당뇨병에 걸린 남편을 위해
저염, 저칼로리 음식을 끼니마다 살뜰하게 챙겼던 그녀.
같은 당뇨병자로서 나는 그녀의 남편이 퍽 부러웠다.
부러움에 불러본 노래의 셈여림은 단순했다.
혈당에는 좋으나 깔깔하기 그지없는 샌드위치를
손수(!) 만들어 한 입 베어 물면 포르테가 되었다가,
김치찌개에 간간한 반찬들을 맛있게 먹는 가족들을
우두커니 지켜볼 때면 포르테시모로 변했다.
그러나 ‘강하게’와 ‘아주 강하게’ 사이를 오가던
볼멘 노래는 머지않아 끝났다.
그녀가 텍사스로 훌쩍 이사를 갔던 것이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의 값은 진주보다 더 하니라.
그런 자의 남편의 마음은 그를 믿나니
산업이 핍절하지 아니하겠으며
그런 자는 살아 있는 동안에
그의 남편에게 선을 행하고
악을 행하지 아니하니라(잠언 31:10-12)
잠언의 대단원을 장식하고 있는 주인공은 현숙한 아내다.
그녀는 슈퍼우먼(superwoman)이다.
바깥일 곧 농사와 상업에 능통하여
자기 집 곳간을 가득 채워서 식솔들을 책임지고,
나아가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구제하는가 하면,
남편을 국회의원이나 장관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자식들을 일류 대학에 보내서
가족과 이웃들에게 칭송을 받는 여자.
공통분모 즉, 여자와 아내라는 공통점이 그녀와 나를 비교했다.
나는 바깥일이나 집안일이나 뭐 하나 그녀보다 나은 것이 없었다.
주눅이 들고, 기가 죽었다.
달랑 6펜스일 뿐인 내게 잠언의 그녀는 그야말로 달이었다.
마음에 열등감이 활짝 피었으니
잠언의 피날레가 마뜩할 리 없었다.
‘긍정의 힘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당신도 현숙한 아내가 될 수 있습니다!’
과연 잠언의 주제가 이런 것일까?
그것은 진정한 내가 아니라 다른 나,
곧 잠언용 현숙한 아내가 되라는 요구가 아닌가?
잔뜩 투덜거리고 있을 때, 한 여자가 다가왔다.
일전에 만나 본 적이 있었던 호크마(지혜) 양이었다.
웬일인지 그녀는 마치 처음 만난 사람처럼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현숙한 아내입니다.”
악수를 나눈 우리는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눴다.
그녀에 의하면 현숙한 아내는 의인화된 지혜,
곧 자기 자신이라고 했다.
그리고 혹시 자신을 아내로 삼을 생각이 있느냐? 고 물었다.
자기와 결혼하여 같이 살면,
모든 복을 기쁘게 누리게 될 거라고 어필하면서!
드디어 내게도 아내가 생겼다.
내 아내는 현숙한 여자다.
살면 살수록 더욱 사랑스럽고, 갑절은 보배로운 여자.
나는 내 아내가 좋다.
그녀가 내 아내인 것이 즐겁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그래서 또한 기쁘다.
언젠가 내 얼굴에서도 그녀가 보일 것이니 흐뭇하다.
완전히 겹쳐져 하나가 될 우리.
나는 내 아내가 참 좋다.
#Dec. 19. 2015.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