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지기들 2015. 12. 29. 03:55






프레임 심판



“가령, 교실에서 가군과 나군이 싸웠다고 쳐요.

이 때 중요한 것은 팩트가 아니에요.

누가 먼저 자기 아이 입장에서 리포트를 하느냐?가 관건이죠.

만일 가군의 엄마가 발 빠르게 자기 아이 입장에서 프레임을 짠 뒤,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학급 단체 카톡방에 올리면 게임은 끝난 거예요.

상황은 가군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지게 되어 있죠.”



그녀의 얘기는 프레임 선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그것은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선입견의 파워가 프레임 선점에 사활을 걸게 하는 것이다.

프레임을 통해 먼저 꼴이 잡힌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에 선입견이라는 우상을 세운다.

우상을 섬기는 사람은 제물을 바치지 않을 수 없다.

선입견에 맞지 않는 것에는 질끈 눈을 감아버리고,

꼭 들어맞는 것만 취사선택하여 받아들이는 것이다.

더러 선입견이 가짜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러나 우상이 부끄러워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선입견은 사람들의 섬김을 받으며

기름진 배를 두드리다가 은근슬쩍 꼬리를 감출 뿐이다.



그 가운데에 계시는 여호와는 의로우사 불의를 행하지 아니하시고

아침마다 빠짐없이 자기의 공의를 비추시거늘

불의한 자는 수치를 알지 못하는도다(스바냐 3:5)


내가 이르기를 너는 오직 나를 경외하고 교훈을 받으라

그리하면 내가 형벌을 내리기로 정하기는 하였지만

너의 거처가 끊어지지 아니하리라 하였으나

그들이 부지런히 그들의 모든 행위를 더럽게 하였느니라 (스바냐 3:7)



여호와의 성읍 예루살렘.

그러나 그곳은 더 이상 그분의 것이 아니었다.

지도자들이 여호와의 것을 무시한 채,

자기들만의 프레임을 장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것에 따르면 자신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와

그로부터 유래되는 온갖 특권들은 여호와의 축복이었다.

반면, 그들의 교만, 불의, 무자비, 경솔, 간사는

여호와의 프레임에서만 오롯했다.

여호와는 끊임없이 자기 프레임을 어필했다.

그러나 여호와가 대수롭지 않은 그들이 수치를 알리 만무했다.

그저 자기 프레임을 따라 부지런히 더러운 행위를 더해갈 뿐이었다.

땅에 떨어진 여호와의 프레임.

그것이 제 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파멸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그러므로 내가 일어나 벌할 날까지 너희는 나를 기다리라

내가 뜻을 정하고 나의 분노와 모든 진노를 쏟으려고

여러 나라를 소집하며 왕국들을 모으리라

온 땅이 나의 질투의 불에 소멸되리라(스바냐 3:8)



프레임을 산산조각 낼 철퇴는

그것으로는 절대로 담아낼 수 없는 거대한 사건이다.

결국, 여호와께서는 자기 성읍을

제 손으로 파괴하시기로 뜻을 정하신다.

결코 무너질 리 없을 거라고 믿었던 예루살렘의 멸망으로

지도자들의 프레임은 무참하게 깨지고 말 것이다.

스바냐는 그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천성이 밝았던 탓일까?

스바냐의 저주는 에스겔의 것처럼 집요하지 않다.

스바냐는 여호와의 프레임이 예루살렘의 것이 되기만 한다면,

그것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재빨리 예언의 톤을 바꾼다.



그 때에 내가 여러 백성의 입술을 깨끗하게 하여

그들이 다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

한 가지로 나를 섬기게 하리니(스바냐 3:9)



때때로 같은 상황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대응을 접하게 될 때,

프레임의 중요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똑같은 문제 상황도

누구에겐 문화 적응을 위한 진통으로 보이는 것이,

다른 이에게는 따돌림으로 인한 상처로 보일 수 있다.

전자의 프레임을 갖는다면,

시간이 걸리는 일임으로 참고 견디면서

적응을 위한 협력을 구할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프레임을 갖는다면,

상처를 부각시키면서 빠른 격리와 분리를 요구할 것이다.

이 때, 어떤 프레임이 맞는지는 시간이 결정해준다.

그러나 그릇된 프레임을 가지고

판단하고 행동했던 것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그것에 의해서 누군가는 억울한 고통을 당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프레임 선점이 제 아무리 중요할지언정

서두르지는 말 일이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며,

그릇된 프레임은 그분에 의해서 결국 깨질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서둘러 나가서 다투지 말라

마침내 네가 이웃에게서 욕을 보게 될 때에

네가 어찌할 줄을 알지 못할까 두려우니라(잠언 25:8)




#Dec. 7. 2015.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