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지기들
2014. 10. 10. 19:16
청소
공간에 세례를 준다.
빗자루와 쓰레받기와
물걸레의 삼위일체로.
가구들에 쌓인 시간과
창틀에 난장을 친 바람과
바닥에 얼룩진 대기의 때를
물걸레로 닦고
빗자루로 쓸어
쓰레받기로 담아내자
공간이 재창조된다.
그것은 야박스럽던 사이,
그러니까 너저분해서 손을 뿌리치고,
지저분해서 발도 못 부치게 하고,
구저분해서 누울 자리를 허락지 않던 곳을
말끔히 끌어안게 한다.
사물이건 사람이건
그것의 세례 안에서만
오롯이 환대를 받을 수 있는 법이다.
매일 씻는 일이 그렇듯
공간을 씻기는 일에도
피로감은 멋대로 쌓이는지라
청소는 쉬이 허드렛일이 되어버리고,
그래서 나의 그것은
학사경고를 면할 요량으로
간신히 땜할 때도 있긴 하지만
피곤치 않는 먼지는
재창조와 환대의 재료로
부족한 적이 없다.
물걸레를 들고
빈 공간을 닦아낸다.
흑백의 스케치에
채색을 입히는 작업은
곤비할지언정 예술이다.
#Oct. 10. 2014 사진 & 시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