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booK

예배와 목회 상담(Mighty Stories, Dangerous Rituals)

창고지기들 2014. 6. 1. 12:41

 

 

 

 

 

이 책은

문자라도 억지로 쑤셔 넣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날들 중에

남편이님의 추천으로 읽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의 한글 제목을 보았을 때,

원제목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

출판사 측에 비위가 살짝 상했었다.

허나, 이 책이 예배와 목회 돌봄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

곧 목회자들을 섬기기 위해

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편으론 꽤 실용적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우리는 삶의 흩어진 요소들을

종합하여 이야기를 만든다...

우리 삶의 내러티브,

바로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곧 우리의 이야기 그 자체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적 삶은 그 안에 담긴

우리 이야기가 하나님의 현존을

담고 있음을 자각할 때 변화된다...

인간의 내러티브와 신의 내러티브의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그래야 우리가 인간으로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문제들을 표현할

언어를 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언어 덕택에 우리는 현재의 갈등을

넘어서는 가능성을 동시에 갖게 된다...

목회적 돌봄의 임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의 내러티브를 확장시켜,

거기서 하나님이 당신의 내러티브를

만들어 나가고 계심을 알고 수용케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얻게 된 가장 큰 유익은

현재 진행 중인 묵상 모임을

이야기와 의례의 앵글로

재분석하고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묵상 모임은

개인의 이야기와 하나님의 이야기를

공동체 안에서 나눔을 통해서 엮어내는 것이며,

이 때 공동체는 의례로 이것을 행함으로써

구성원들 각자가 하나님의 이야기에

더욱 깊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저자로서 지원해준다.

 

이러한 묵상 모임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리더다.

리더는 목회적 돌봄의 일환으로써

자신의 이야기와 하나님의 이야기를

정직하고 진실하게 엮어내는

모범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목회자들을 위한 이 책은

묵상 모임의 리더들에게도

어느 정도 유익을 줄 책임에 분명하다.

(아울러 파커 팔머의 ‘가르침과 배움의 영성’ 역시

리더들을 위한 필독서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2.

 

“서로 환원될 수 없는 양극을

중재하는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신화다...

신화란 어떻게 해도 서로 조화되거나

화해될 수 없는 입장, 개인, 상황들 간의 틈새에

다리를 놓아줌으로써 둘 사이에 중재와 조절이

가능함을 입증해 준다는 것이다...

우화는 우리가 만든 화해가 가짜라고 하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함으로써

화해라는 근본 원리 자체를 문제 삼는다...

우화는 신화를 통해, 그리고 신화 안에서

이미 만들어진 하나의 세계를 전복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화는

하나의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내고

그리하여 결국에는

하나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다.”

 

 

 

케냐에서 나의 신화는

무참히 깨어지고 있다.

한꺼번에 들이 닥친 우화는

그 분을 이해할 수 없는

절대 타자로 만들어 버렸다.

질서와 조화와 안녕은 사라졌다.

무질서와 부조화와 불안정이 난무한다.

그래서 나는 신화를

더욱 단단히 붙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의 힘은 생각보다 세기 때문이다.

 

우화 투성이인 성경을 대하는 일이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그 분은 훨씬 더 많이

침묵 속에서 처연히 지켜보실 뿐이다.

개입하여 막아주시거나 지켜주시거나

고쳐주시거나 구해주시는 일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그런 분을 받아들이는 일은

역시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3.

 

“한 생명의 죽음이 가져오는

의문에 대답하려고 애쓰다 보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상적 삶의 패턴에 대한

물음 속으로 깊이 들어가게 된다.

애도 속에서의 스토리텔링은

모든 의미가 상실되었을 때

의미를 만드는 훈련이다...

애도는 죽음이 발생하기 전의 삶의 상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계속 되어야 할

삶의 사이에 중재적 단계다...

추억을 만든 후에라야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새로운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된다.

하나님은 언제나 기억을 통해

추억을 만드는 고통을 통과한 이후에라야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나갈 힘을

부여하신다고 약속하신다.”

 

 

 

책을 읽어가면서

돌아가신 아비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추억을 만들어 보았다.

그러니까 아비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전기를 끌쩍여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은 뜻밖에도

그 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갑자기 아이를 잃은 그녀에게도

아이를 위한 그녀만의 전기를 써보라고 말했다.

애도의 기간을 보내는 그녀가 전기를 쓰면서

아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를

간절히, 간절히 소원해 본다.

 

 

 

#4.

 

“기독교인의 화해는

전에 존재했던 그 상태로

무엇인가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화해는 우리를

새로운 자리로 옮겨 준다...

화해는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선물이면서

동시에 인간 삶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그에 더하여 또한 하나의 영성이다...

모순 얼싸안기, 타인 존중하기,

이방인들에게 환대 베풀기,

그리고 뜻밖에 찾아오는 은혜에 경이를 느끼기다.

화해는 단순히 잘못들을 바로 잡는 것,

혹은 빚을 탕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내러티브와 의례를

변화시키는 하나의 존재 방식이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 화해의 영성이다.

그 분, 친정 가족, 케냐 이민국, 케냐 학교들,

그리고 무능력한 내 자신과의 화해가 시급하다.

그래서 주의 성찬이 필요하다.

키리에 엘레이손!

 

 

 

#5.

 

이 책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묵상 모임에 대해서 나름대로 가져왔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언어를 제공해 주었다.

 

저자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과

(인간의 이야기가 먼저라는 부분)

좀 더 생각해 봐야할 부분들도 있었는데,

(설교에 대한 저자들의 비판적 견해와

인간의 이야기와 하나님의 이야기를 엮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상력을 언급하지 않았던 이유)

그런 것들을 통해서

언어를 좀 더 계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그 분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성령께서 불어넣어주시는 상상력을 통해

한데 엮어져 하나가 되기를,

그리고 그것을 담아내는 의례가

마침내 우리의 이야기를

그 분의 이야기가 되게 하기를

간절히 소원하면서 마친다.

 

 

 

 

#May. 30. 2014.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