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지기들 2014. 6. 1. 12:34

 

 

 

 

 

에셀 열매

 

 

 


검정 나비 한 쌍


밤새 이슬 맞으며


불안하게 날아다니더니만


그에 에셀 나무에


꽃이 엎질러지고 말았다.

 

 

 

영생 나무에 핀


저승꽃 두 송이,


깔깔한 자책감과


짙은 혼란을 풍기며


발갛게 바람에 흔들린다.


떨어지지 않으려


가지를 꼭 붙든 손이 앙칼져


쉬이 원망스럽다.

 

 

 

꽃이 진 자리에


집을 지은 열매는


혀를 끌끌 찬다.


저승꽃 없이는


에셀 열매도 없다는 걸


정말 모르냐면서.


그러나 마음은


가는 귀 먹은 지 오래다.

 

 

 

저승꽃 두 개가


타투처럼 에셀 나무에 새겨졌다.


지워지지 않는 꽃들을 찾아온 벌들이


귀 안 가득 웅웅 소리를 묻힌다.


열매는 아직 저 멀리 있는 것이다.

 

 

 

 


#May. 28. 2014. 사진 & 시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