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booK

유진 피터슨 The Pastor

창고지기들 2014. 3. 28. 22:34

 

 

 

 

 

“당신은 유진빠잖아!”

 

남편은 놀리듯 내게 말한다.

그의 말은 옳다.

나는 유진빠다.

나는 유진의 언어에 매료되어

그가 쓴 책이라면

손에 넣는 대로 모두 읽어냈고,

결국 그를 나의 목사로 취임시켜버렸다!

 

 

 

이 번에 읽은 책

‘유진 피터슨 The Pastor'는

유진 목사님이 쓴 자서전이다.

자서전답게 저자는

자기 삶의 궤적을 이야기하되,

‘목사’라는 주제에 적합한

인생의 씬(scene)들을 골라내어 편집했다.

 

너무 재밌어서

자주 비명을 지르다

아쉽게 책을 덮었을 때,

나는 저자가 이 책을 쓴 의중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목사는

목사의 일을 하기 때문에 목사가 아니라

목사이기 때문에 목사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저자는

주일뿐만 아니라 나머지 6일 동안에도

목사가 되기(!) 위해서 한 평생 몸부림을 쳤고,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지혜를 남기고 있다.

다음은 그가 남긴 목사에 관한 어록(?!)을

나름대로 정리한 것이다.

 

 

1. 목사는 이야기꾼이다.

목사는 회중으로 하여금

내러티브에 대한 감각을 개발시켜 주어서

예수님의 이야기를 계속 의식하게 하고,

동시에 회중 안에 예수님의 삶을 형성하시는

성령의 일에 믿음과 순종으로 참여하게 한다.

플롯(즉 예수님)은 같다.

그러나 장소와 상황과 이름은 다를 것이다.

따라서 목사는

각각의 시간과 장소, 상황과 사람에게

고유한 내러티브가 형성되도록 돕는다.

 

 

2. 목사는 자신의 기대에

확실히 어긋나는 장소에서

예상 밖의 사람들(교회)과 함께 하면서

점잖지도, 세련되지도, 예의 바르지도,

깨어 있지도 않은 사람들을 예배로 부른다.

 

 

3. 상담가는

사람들을 문제로 보고,

그들을 고치려는 사람이다.

목사는 상담가가 아니다.

목사는 사람들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

목사는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사람들을 인도하고,

그들이 거룩한 삶을 살도록 인도한다.

 

 

4. 목사는 소비자들에게 영성을 팔아서

그들을 만족시켜 주는 교회 사업가가 아니다.

목사는 소박하고, 보잘 것 없는 곳에 임하는

쉐키나(하나님의 개인적인 현존)를 보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볼 수 있게 도와준다.

 

 

5. 목사는

예수님을 통해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을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 속에,

듣는 귀와 반응하는 입술에 뿌리를 박아

비로소 복음이 되게 한다.

 

 

6. 목사는 사람을

절대로 전형적인 인물로 축소하지 않는다.

목사는 회중들의 실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생의 모호함을 성경과 넓은 삶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회중 모두를 구원의 큰 이야기에 참여시킨다.

 

 

7. 목사는 하나님 나라처럼

커다란 규모로 일어나는

변화나 혁명의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주변부에서 일하는 소수자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주변부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고,

그들을 하나님 나라와 연결시켜 준다.

 

 

8. 목사는

진리가 일상과 분리되지 않게 한다!!!

 

 

 

특별히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개인적인 유익은

애매모호했던 나의 글쓰기에 대한

그의 명확한 설명이었다.

 

 

“스스로 발견해 가는 글쓰기.

내가 알지 못했던 것을

탐험하고 발견하기 위한 글쓰기.

언어 안으로 내가 들어가고

언어가 내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글쓰기.

단어와 단어가 연결이 되어

전에는 표현할 수 없었던,

혹은 알아채지 못했던,

혹은 숨어 있던 것을 창조해 내는 글쓰기.

집중하기 위한 글쓰기.

기도의 행위로서의 글쓰기.

내가 아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내가 몰랐던

세계로 들어가는 것,

즉 신비로 천천히 들어가는 글쓰기.”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살아내는 신학을 토대로

글을 통해서 가족, 일, 장소, 감정 등

일상생활의 직접적인 상황들을

성경과 복음의 이야기로 가져가

그곳에 정착시키는 한편,

날마다 살아가는

구체적인 모든 일들 가운데로,

지금 여기의 이 장소로,

인격적이고 관계적으로 들어가고,

그 안에서 성경을 다시 상상하고

다시 기도하는 것’임을 명확히 할 수 있었다.

 

 

또한 최근에 그 분이

나를 통해 공동체에게 말씀하셨던

‘안식’에 관한 지혜도

이 책을 통해 얼마간 얻을 수 있었다. 

 

 

“30년간 같이 안식을 지키면서

우리는(피터슨 내외분)

안식일 지키기의 정의를

두 개의 단어로 간소화했다.

기도하고 놀기.

안식일에 우리는 꼭 해야 하는 일,

의무적인 일, ‘유용한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

그 날은 규제를 받지 않는 자유로운 날,

불로소득의 날로 따로 떼어 놓았다.

기도하고 놀기.”

 

 

 

두고두고 꺼내 읽고 싶은 책이

또 한 권 늘어났다.

지금도 밑줄과 낙서가 가득하여 만신창이인데,

이 책은 앞으로도 더 망가질 듯 보여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흐음~

 

 

 

#Mar. 28. 2014.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