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에 오르며 부르는 노래
케냐는 투란도투다.
콧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차갑고, 잔인하기 까지 한 공주다.
그녀의 차가운 방 앞에서
우리는 꼬박 2년 동안
똑같은 아리아를 불렀다.
그러나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Nessun dorma! 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말라! 아무도 잠들지 말라!)
Tu pure, o Principessa,
(당신도 마찬가지 입니다, 공주님.)
Nella tua fredda stanza
(당신의 차가운 방에서)
Guardi le stelle che tremano
d’amore e di speranza!
(사랑과 희망에 떨고 있는 별을 보세요!)
Ma il mio mistero e chiuso in me,
(그러나 나의 비밀은 내 가슴 속에 있고,)
il nome mio nessun sapra!
(아무도 내 이름을 모르지요!)
No, no, sulla tua bocca lo diro,
(아니, 아니, 내 입으로 당신에게 말하게 될 거예요.)
quando la luce splendera
(빛이 환해질 때,)
Ed il mio bacio scioglera
(내 키스가 고요함을 깨뜨리면)
il silenzio che ti fa mia!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 거예요!)
워크 퍼밋(Work Permit)은
시계 토끼마냥 구중궁궐로 숨어버렸다.
열리는 듯 하던 투란도트의 방이
다시 굳게 닫히자,
우리는 거의(!) 언다큐먼티드 피플
(undocumented people)이 되었다!
그러자 오래전에 좋아했던
홍영철 시인의 노래가
기억 저 멀리로부터 배달되었다.
너는 왜 열리지 않느냐
홍영철
어둠은 바람에 날리고
밤이 되었다
밤이 되었는데
너는 왜 열리지 않을까
열리지 않을까
너는 내게
온몸을 적시는 너의 노래 사이에서
나의 꿈들은 하나씩 떠오른다
떠오르므로 나의 살들은
비로소 나의 것이 되는 것을
이렇게 은밀한 밤이 되었는데
저 튼튼한 어둠 속을 달려가
이제 너를 위해 노래를 부르게 해다오
눈물처럼 즐거운 그대를
부르게 해다오
닫힌 너를
어둠은 바람에 날리고
밤이 되었는데
절대로 네 것이 되지 않겠다며
방문을 차갑게 닫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 공주 앞에서
나의 마음은 평온하기만 했다.
2년 동안의 담금질로 인하여 생긴
방어 기제 때문일까?
아니면, 그 분께서 주신 평강 때문일까?
분별하려고 골똘하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그러던 주일날 아침에
그 분이 말씀을 부어주셨다.
시편123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
1. 하늘에 계시는 주여
내가 눈을 들어 주께 향하나이다
2. 상전의 손을 바라보는 종들의 눈 같이,
여주인의 손을 바라보는 여종의 눈 같이,
우리의 눈이 여호와 우리 하나님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은혜 베풀어 주시기를 기다리나이다
3. 여호와여 우리에게 은혜를 베푸시고
또 은혜를 베푸소서
심한 멸시가 우리에게 넘치나이다
4. 안일한 자의 조소와 교만한 자의 멸시가
우리 영혼에 넘치나이다
머리에 닿은 말씀이
발끝에 이르기까지 충만히 부어지자
알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푸치니의‘네순 도르마’로부터 시작된 노래가
홍영철의 ‘너는 왜 열리지 않느냐’를 지나
성령의 시편 123편에 이르러 무너져 내렸다.
바람과의 밀당으로
아보카도 잎들의 너울거림이 한창이다.
성전에 올라가기에 딱 좋은 날이다.
어느 때보다
그 분의 방문은 활짝 열려있고,
어느 때보다 그 분의 것이라는 소속감은
나를 따뜻하게 환대해주고 있으니,
나는 성전에 오르며 나지막이 노래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 시편 126:6)
#Nov. 26. 2013.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