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아구찜과 자기부인

창고지기들 2013. 11. 12. 15:38

 

 

 

 

별스러운 일이었다.

아구찜이라면 먹어본 적도 별로 없었고,

썩 좋아하지도 않은 음식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몇 주 전

느닷없이 출몰한 아구찜은

집요하게 나를 주장하더니만,

그것을 먹을 수 없는 현실 위에

디프레스라는 누각을 짓기 시작했다.

 

 

‘귀족 출신의 한 영리한 젊은이가

프란체스코 수도회에 들어왔다.

그는 며칠 동안 관습을 따른 후에,

마귀의 사주에 의해 그가 입고 있는

의복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마치 그가

조잡한 부대 자루를 입고 있다고 느꼈다.

소매는 그의 신경에 거슬리고,

두건도 싫었으며,

그 의복의 길고 거친 것이

그에게는 견딜 수 없는 짐이었다.

그리하여 갈수록 수도회를 싫어하게 되어

결국 모든 의복을 버리고

세상으로 돌아기로 결심했다...’

(‘성 프란체스코의 작은 꽃들’ 중에서)

 

 

마귀의 사주는

아구찜이나 의복 같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들은

곧 온 몸을 사로잡고 자기를 주장하면서

디프레스나 배교와 같은

묵직한 결과들을 이끌어낸다.

 

 

“아내는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남편이 하며

남편도 그와 같이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아내가 하나니”

(고린도전서 7:4)

 

 

사도 바울은

음행을 피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라고 권면한다.

그리고 부부는

서로 자기 몸을 주장하지 말고,

상대로 하여금 자기 몸을

주장하게 하라고 말한다.

상대로 하여금 자기 몸을

주장하게 한다는 것은

정확히 ‘자기 부인’을 의미한다.

 

 

일찍이 주님은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

(마가복음 8:34)

 

 

주님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그러니까, 주님과 옳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으로 하여금 나를 주장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인격적 연합의 관계에 있어서

자기 부인은 매우 필수인 것이다.

 

 

잠시 아구찜에 정신이 팔려

아구찜으로 나를 주장하게 하자

자기 부인이 금세 무너졌다.

그리고 그것을 먹고 싶은 욕망은

먹을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원망과 불평을 불어넣으면서

나를 천길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그러나 나의 추락은 머지않아 멈췄다.

준비되어 있던 안전로프(레마-Rhema)가

나를 붙들어 주었던 것이다.

안전로프에 대롱대롱 매달리고서야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음식은 우리를

하나님 앞에 내세우지 못하나니

우리가 먹지 않는다고 해서

더 못사는 것도 아니고

먹는다고 해서 더 잘사는 것도 아니니라.’

(고린도전서 8:8)

 

 

주일 예배에는 성찬식이 있었다.

안전로프를 붙들고 겨우 살아나온 나는

성도들과 그 분의 살과 피를

함께 먹고 마시면서 기도했다.

 

 

“생명의 양식이 되신 주님!

당신의 자기 부인을 감사합니다.

하나님으로 당신을 주장하게 하사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주신 은혜를 감사합니다.

그런 당신을 따르는 길은

끊임없는 자기 부인이 요구되오니

제 몸에 당신의 영을 충만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오직 당신으로

저를 주장하게 하옵소서.”

 

 

키리에 엘레이손!

 

 

 

#Nov. 12. 2013. 사진 & 글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