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지기들 2013. 5. 10. 17:10

 

 

 

나의 정원

 

 


꽃들이 지천이니

못 꺾을 것도 없어

나의 정원은 쉽게

늘 능청스러웠다.

꺾인 꽃으로 장식한

정원에서는

포프리 냄새가 났다.

마른 꽃의 몸 냄새는

아련하긴 해도

싱그러울 수는 없는 법이다.

 

 

꽃들이 지천이어도

심을 꽃이 마땅치 않아

나의 정원은 늘 딴청이었다.

당신의 홀씨 바람에 떨어진 후에야

정원은 비로소 마땅해졌다.

잔가지를 치며

화장처럼 번지는 꽃에서

당신의 향기가 나자

그날로 정원은 비밀이 되어버렸다.

 

 

꽃들은 지천이기 마련이지만

꺾어서 마르지 않는 꽃은 없다.

수없이 시들지 않는 당신 때문에

나의 정원은

꺾일 수 없어 몸살을 하곤 한다.

 

 

 

 

#May. 7. 2013. 사진 & 시 by 이.상.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