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보물창고/HIStory

마지막 밥 한 끼의 추억

창고지기들 2012. 9. 18. 20:44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상 일세~!’

 

 

 

이는 요즘 내가

자조하면서 자주하는 멘트다.

현실인 것은 결혼뿐만이 아니다.

선교도 깔깔한 현실이기는

결혼 못지않다.

특히나 단기 선교 경험도 한 번 없이

처음부터 선교사로 파송 받아

선교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내게는 더욱 그렇다.

 

 

얼마 전 결혼 17주년이 지났다.

17년 동안 우리는

이사를 열 두 번이나 다녔다.

그 중에 두 번의 이사는

대륙을 넘는 해외 이사였고 말이다.

(해외 이사라고는 하지만

미국과 케냐로의 이사는

이민 가방 8개가 이삿짐의 전부였다.)

 

 

요즘 우리는

열세 번째 살 집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난데없는 풍토성 피부 발진으로

닥터가 우리에게 이사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와중에 주님도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는 말씀으로

이사를 종용하셨다.

 

 

 

남편이님의 사역 때문에

월요일 오전만 간신히 시간을 내어

집을 알아보는 중인데,

살 집을 구하러 다니는 일은

언제나 마음이 상하는 힘든 일이다.

 

 

나이로비의 집값이 상당한 줄은 알았지만

캘리포니아와 엇비슷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게다가 이 곳에선 월세도

네고시에이션을 해야 하는데,

그 방면에서 우리는 완전히 풋내기이니

바가지를 쓸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속이 쓰리다.

게다가 열두 번의 이사 때마다 겪었던 마음고생을

이 곳에서도 또 다시 반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해진다.

 

 


 

 

 

 

 

 

 


“때가 이르매 예수께서

사도들과 함께 앉으사 이르시되

내가 고난을 받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

(누가복음 22:14,15)

 

 

 

십자가 고난을 받으시기 전에

예수님은 사도들과 함께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또 원했다고 하신다.

그러니까 고난을 받으시기 전에

예수님께서 간절히 원하셨던 것은

삼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사도들과 함께

따뜻하게 밥 한 끼를 먹는 것이었다.

 

 

이 밥 한 끼 이후로

예수님은 겟세마네 기도와

한 제자의 배신,

그리고 불법한 재판을 거쳐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다.

사도들과 함께 먹었던

그 밥 한 끼의 에너지로

예수님은 그 고달픈 십자가의 길을

끝가지 걸으셨던 것이다.

 

 

예수님께서 열 두 사도들과 함께

내밀하게 나누었던 밥 한 끼를 묵상하자니

이 곳 케냐에 오기 전에

친밀했던 지체들과 나누었던

마지막 밥 한 끼가 새록새록 기억난다.

 

 

 

주연 사모님과 여러 다른 사모님들이

팟럭(Pot Luck)으로 준비해서 나누었던 밥 한 끼,

은풍, 영아 집사님 댁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요한, 선희 집사님과

CPK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원민, 수경 부부네 집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경운, 영은 부부네 집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정기, 경신 집사님 댁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웅길 강도사님 댁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안건상 선교사님 가족들과

글렌 데일 중국집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혜영 사모님과

메가 스테이크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홍련 전도사님과

고깃집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은영 사모님네서 나누었던 밥 한 끼,

성진 사모님네서 나누었던 밥 한 끼,

공 사모님네서 나누었던 밥 한 끼,

수성, 한원 목사님들과 나누었던 밥 한 끼,

부선, 경희 사모님과

대전 파스타 집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윤수, 영주 목사님 가족들과

부산 시골 밥상 집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형도, 경미 집사님과

포항 횟집에서 나누었던 밥 한 끼,

그리고 진숙 집사님 가족 분들과

나누었던 수많은 끼니들....

 

 

 

그들과 나누었던

마지막 밥 한 끼를 떠올리자

갑자기 목이 메어온다.

먼 길 떠나는 친구이자 동역자를 불러

따뜻한 밥 한 끼 먹여 보냈던

내 그리운 사람들이 그리워 목이 메어온다.

 

 

이제 그들과 나누었던

밥 한 끼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 따뜻했던 밥 한 끼의 에너지로

내 주님이 가셨던 그 길을

다시 힘을 내서 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거할 곳, 곧 우리 가족이

그 분을 뜨겁게 예배할 처소를 위해

말씀을 따라 기도해 본다.

 

 

 

“주님!

당신이 낮에는 성전에서 가르치시고

밤에는 나가 감람원이라 하는

산에서 쉬셨던 것처럼

남편이님이 학교에서

아프리카 학생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와서 쉴 수 있는

감람원 같은 집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당신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먹을 객실을 마련하셨던 것처럼

저희에게도 당신의 제자들과 함께

당신을 예배하고 당신과 연합할

객실을 친히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마지막으로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우리는

앗시리아 왕 같은 주인으로 인하여

날마다 마음이 핍절하오니

다음 살 곳은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 같은 주인을 만나게 하옵소서.”

 

 

 

#Sep. 18. 2012. 사진 & 글 by 이.상.예.

*)사진은 원민, 수경의 음식이다.